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머물며 다양한 한국식당을 경험했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LA북창동순두부(BCD)는 한국의 동일 체인점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 식당의 한국 체인점들은 내가 한국에서도 자주 이용한다. 순두부찌개가 담긴 뚝배기에 서빙된 날계란을 손님이 직접 깨서 넣는 방식이 한국과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로 담백하고 간단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찾는 식당이었으나 미국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순두부에 LA갈비등이 포함된 세트메뉴가 메인인 것 같다.
한국식당이지만 미국이 본점이다 보니, 메뉴에서도 미국스타일이 느껴진다. 순두부도 맵기에 따라 다양하고 한국식 반찬을 보니 더 반갑다. 식당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것을 보니 K푸드의 인기가 실감 난다. 우리 가족도 세트메뉴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순두부와 함께 나오는 돌솥밥과 반찬들, LA갈비등이 오랜만에 입맛을 돌게 한다. 미국에서 한국식 한상차림을 대접받는 느낌이다.
멀리서 왔으니 보상심리로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았으나, 미국에서 한국을 느끼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 규모도 내가 한국에서 가본 동일체인점들보다 커서 역시 미국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팁이 기본인 미국이라서 그런지 서빙해 주시는 분들도 친절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순두부 체인과 달리 기나긴 대기는 감수해야 한다.
한국식 설렁탕 전문점인 선농단(Sun Nong Dan)은 여러 곳이 있으나 우리는 LA도심이 아닌 패서디나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갔다. 한국에서도 설렁탕 전문점을 가끔 이용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도 역시 미국인지라 10여 종류의 설렁탕과 함께 갈비찜이 메인이다. 보통 한국의 설렁탕식당에서는 추가메뉴로 수육을 먹는데, 갈비찜은 미국 스타일인 것 같다.
갈비찜에 치즈를 곁들이기도 하고 불맛을 내기 위해 즉석에서 갈비찜에 불쇼 같은 이벤트도 한다. 설렁탕도 미국스타일은 좀 다르다. 한국보다 양도 많고 고기도 더 많이 들어있다. 손님 중에는 중국인들도 많은 것을 보니 이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가 보다. 김치를 곁들인 설렁탕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지만 미국에서 먹어보니 현지식으로 이미 자리 잡은 것 같다.
LA 한인타운의 H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같은 층에 있는 푸드코트를 들렀다. 한국의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푸드코트와 닮았다. 김밥, 떡볶이, 돈가스, 짜장면, 비빔밥등 메뉴는 거의 한국과 같다. 다른 지역의 H마트에 가보니 한인타운과 달리 푸드코트에 한식뿐만 아니라 중식과 일식을 포함한 아시안푸드가 주류를 이룬다. 어떤 메뉴든 1인분의 양이 한국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미국최대규모의 LA한인타운에는 다양한 한국식당들이 많이 있다.
미국현지의 다양한 한식당을 경험하며 한국음식이 미국에서 빠르게 현지화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마도 한 세대 정도가 더 지나면 한식이 더 글로벌화될 것 같다. 최근 한국의 다양한 방송채널에서 외국 현지에서 팝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식이 중식과 일식에 이어서 미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