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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자인 : AI시대와 디자이너의 역할변화

by 피터정

AI시대를 맞아 많은 직업들의 변화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를 겪으며 익숙해진 비대면 생활로 일상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로봇으로 대체가능한 직종과 인력은 다른 길을 고민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로 보면 이런 변화의 시기는 많았지만, 지금은 그 주기가 매우 짧아졌다.


나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 후 실무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세 번 정도의 큰 변화를 겪었다. '아날로그'로 시작하여 '디지털시대'를 거쳐 현재는 'AI'다.


나의 디자인분야 입문시기에는 전 과정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했다. 어이디어전개, 렌더링, 도면, 모델링 등의 과정을 손으로 작업했다. 도면을 그릴 때는 A0 사이즈의 드래프터로 그려서 청사진으로 도면을 뽑고, 설계자에게 우편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내가 이 방식에 익숙해질 무렵, 시스템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일러스트, 포토샵, 오토캐드와 다양한 3D소프트웨어들로 작업방식이 빠르게 변했다. 놀라운 변화를 거치며 이런 작업방법이 익숙해진 지금 AI를 병행하는 시기와 마주하고 있다. 아마도 생각보다 빨리 AI작업시스템으로 변할 것이다. 시각디자인 분야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공간이나 영상디자인 같은 분야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나도 변화의 시대를 맞아 나의 디자인 작업에 AI를 적용해 보니 그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처음 해봤을 때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결과물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만들어낸 작업과정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지금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지금은 산업디자인분야에 AI가 개입된 것은 비교적 초창기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놀라운 속도로 작업시간을 단축시켜 주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그렇다고 AI가 만능은 아니다. 디자인이라는 본질은 창의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창의분야는 아직까지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따라서 아직은 AI가 'Tool'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려면 해당 디자인의 기본 아이디어를 글이나 그림 언어등으로 제공해줘야 한다. 어떤 Input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AI가 제공하는 Output이 다르다. 디자이너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디자인을 얻기 위해서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결국 같은 AI tool을 사용해도 사용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아직은 "디자인작업의 형식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AI에 너무 의지하지 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디자이너의 역할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AI시대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은 디테일과 완성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자신의 디자인 방향의 80~90% 정도를 빠르게 AI가 바탕에 깔아주면 이를 계속 수정해 가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표현은 AI가, 전체적인 방향과 완성도는 여전히 디자이너의 몫이다.


AI도 약아서 접근하기 쉬운 것부터 잘한다. 이를테면 이미 있는 디자인의 칼라만 바꾸거나 그래픽적인 작업 같은 2차원 평면디자인이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시각디자이너는 더 차원이 높은 다른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AI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분야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건축이나 가구 같은 3차원작업뿐만 아니라, 4차원에 해당하는 환경. 인테리어. 공간 등 디자인 전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이전 같으면 여러 명이 보조로 해야 할 일을, AI를 잘 활용하는 1명의 디자이너가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반 디자이너의 '디렉터 적인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디자인 대학 같은 교육기관도 이문제를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AI와 협력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AI를 단순한 Tool로 보기보다는 조력자나 동반자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밭을 갈고 물 주는 것은 AI가, 어떤 작물의 씨를 뿌릴지 또는 모종을 심을지를 농부가 결정하듯 디자이너도 AI가 할 일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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