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의 더 브로드(The Broad) 미술관에서 제프 쿤스(Jeffrey Lynn Koons)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풍선 개(Balloon Dog)'를 드디어 마주했다.
더 브로드(The Broad)는 엘리 브로드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으로, 다양한 현대 예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제프 쿤스는 ‘키치’와 고급 예술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여 현대 미국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그는 기성품을 비롯한 유리,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풍선개는 화제성이 있는 작품이라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실물을 처음 접하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지?"
"이벤트장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흔하고 작은 풍선개가 어떻게?"
이런 생각이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며 혼잣말을 했다.
작품의 창작자이자 생산자인 제프 쿤스는 대중문화를 주제로 평범한 대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2019년 5월에 작품이 9천110만 달러에 팔리면서 경매에서 팔린 가장 비싼 생존 작가의 작품이 되었다. 이전 자신의 기록들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풍선 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선 개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다. 표면처리도 거울처럼 매끈한 다양한 색상의 대형 조각 시리즈다.
작가는 1994년부터 2000년 사이에 여러 색상과 크기로 일명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시리즈를 제작했다. 이는 초현실적인 거대한 스케일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들과 회화 컬렉션을 포함하고 있는데, 풍선개와 튤립도 그 시리즈에 속한다.
작가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양극화로 나눠져 있다. 지지하는 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선구적이며,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반대하는 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유치하며 세련되지 못하고 냉소적인 자기 상품화에 기반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쿤스는 자신의 작품에 다른 숨겨진 의미는 없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그냥 보이는 작품 그 자체로 봐주고 평가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보이고 느껴지는 그 자체를.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계에 있어왔다. 예를 들면 '마르쉘 뒤상'의 변기나 자전거휠 같은 작품 때도 유사한 반응이었다.
나는 산업디자이너로 오랫동안 나의 디자인을 실물과 같은 입체조형물(Mock-up)과 프로토타입(prototype)으로 제작해 왔다. 그래서 풍선개의 실물작품이 더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내가 보고 있는 파란색 풍선개는 그 크기만 해도 압도적이지만, "과연 어떻게 제작했을까?"에 더 관심이 생겼다. 미술관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공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했을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투자가 있었을 것이다.
제조업 인프라가 비교적 좋은 한국에서도 이 정도의 작품을 제작하려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한국보다 제조업 인프라가 떨어지니,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을 것 같다. 나도 난도(難度)가 높은 금속 실물제작을 위해, 문래동 같은 지역에 발품을 팔며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그림 속의 풍선개나 작은 모형의 풍선개를 100배 정도 뻥튀기해서 금속으로 만들고 색상에 거울처럼 광택을 내야 한다면 선뜻 나설 제작자가 없었을 것이다.
만약 있었다고 해도 그 금액을 엄청나게 불렀을 것이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작품이 얼마에 팔릴지, 어쩌면 팔리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작가에게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내적으로 갈등도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이 팔리기 전 이런 문제로 파산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났다면, 나는 이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미술관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풍선개를 보고 자신이 알고 있던 풍선개를 떠올리며 놀라는 경험을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풍선개와 관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현대미술의 한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그리고 많은 관객, 그리고 작가들에게 개인의 일상적인 경험과 소재가 충분히 영향력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는 생각이 든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큰 풍선개를 마주하니 작가노트에 비밀스럽고, 자세하게 적혀있을 것 같은 제작과정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