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 담기

주어진 재능과 발견하는 재능

by 피터정

성경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 비유는 성경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재물을 맡긴 종들이 각자의 재능에 따라 그 재물을 활용하여 주인이 돌아왔을 때 이윤을 남긴 종들은 칭찬받았으나, 재물을 땅에 묻어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종은 책망받았다는 비유다.

하나님이 주신 각자의 재능인 달란트를 선한 일에 사용하고 그 가치를 더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재능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경고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처럼 누구나 재능을 타고난다. 아무리 능력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한 가지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비유한다.

그러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했더라도 활용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나는 기독교인이라서 달란트의 비유를 자주 접한다. 그때마다 나는 한 달란트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성경의 한 달란트 받은 사람과 달리, 나는 지금의 보통사람들처럼 한 달란트를 두 달란트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성경에서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이를 활용하지 않고 땅속에 묻어두고 활용하지 않아서 비난받았다. 나의 한 달란트는 성경의 비유에는 없는 경우다.

성경에는 비유가 많다. 나의 능력으로 비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유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는 있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비교적 재능을 빨리 발견했고,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을 선택할 때에는 디자인분야는 미술로 분류되었다.

그래서 대학합격의 기쁨도 잠시, 부모님도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셨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음악이나 미술등 예술계통은 배고픈 분야였다. 딴따라, 환쟁이로 불리기도 했다.

나는 내 재능과 전공에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주변의 분위기나 시선은 달랐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런 시선을 의식할 여유도 없었다. 왜냐면, 대학이나 직장에서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재능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집단에서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이런 경험을 할 때면 내가 더 작게 느껴졌었다.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그래서 내분야가 아닌 다른 것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의식할 틈이 없이 일에만 집중하며 살았다.

최근 들어 어쩌면 내가 한 개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재능들을 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란트의 숫자보다는 각각의 달란트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그리고 새로운 재능이 발견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가지 본업 같은 일을 하면서 꾸준히 취미로 했던 다른 일이 재능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나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재능의 여부를 떠나서 스스로 오랫동안 할 수 있었다면 재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능이란 결국 경험을 통해서 발견되기 마련이다.

공자는 논어의 첫 구절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즉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겠는가?"라고 했다. 이 구절은 배우고 익히는 공부가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식습득을 넘어, 배운 것을 꾸준히 실천하고 즐겁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복하여 익히는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고, 지속적인 배움이 기쁨이라는 교육 철학을 담고 있다.

공자는 공부로 성공하는 사람들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공부에 타고난 사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는 사람이다. 그러나 일정시기를 지나면 이들 셋은 비슷한 경지에 오른다.

기원전 중국땅에서 공자가 분류한 것이지만 지금도 적용되는 내용이며, 여기서 공부도 재능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어떤 재능이든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에 속할 것이다.

결국 재능은 사람마다 그 과정은 다르지만, 꾸준한 반복과 노력을 통해서 발견되는 것이다. 성경의 비유처럼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재능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미 주어졌는데, 자신이 발견하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발견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자신의 달란트에 대하여 한번 중간점검 해보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퍼스트펭귄과 오소리의 공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