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82년생 김지영'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하는 현실의 삶은 각자 다르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주변에서 흔히 마주할 것 같은 한 여성의 삶을 실감 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김지영은 공무원 아버지와 전업주부였던 어머니의 3남매 중 2번째 딸이다.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맏딸로 태어난 그녀의 어머니는 공부를 잘했지만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일하느라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딸들에게는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게 해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IMF 여파로 큰딸은 차선책인 교사가 되었고 둘째인 지영은 소설가를 꿈꾸었으나 직장인이 되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결혼하고 딸이 생겨서 결국 퇴사하고 육아에 전념하게 된다. 이로서 자신의 꿈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현실로 힘들어한다.
전업주부로 살며 딸이 5살이 되면서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가끔 불합리한 상황을 만나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실언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으로 빙의해서 할 말을 다하지만 자신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남편은 이런 현실을 숨기고 혼자 고민하다가 정신과의사와 대신 상담한다. 명절 때 시댁에 갔다가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겪으며 지영의 증상이 시댁에 노출되었다. 이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지영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결국 지영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영화에 집중할수록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짧은 엔딩영상의 반전으로 영화는 시원하게 마무리된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에서 글을 쓰며 잡지에 자신의 글이 실린 것을 보며 미소 짓는다. 마치 30대 중반에 제2의 사춘기 같은 굴레를 극복한 주인공을 보니 관객입장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결국 지영은 프리랜서 작가의 선택을 한 것이다. "프리랜서 '작가'가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길이었다면 왜 진작에 그렇게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내가 이 작품의 작가라고 생각하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영은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겪는 당시 한국사회의 통념에 갇혀서 살았다. 그래서 성인이 되었어도 그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 굴레를 빠져나오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그녀 자신 뿐이었다."로 정리된다.
결국 해결방안의 열쇠는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육아를 위해 자신이 희생한다는 보상심리가 열쇠를 못쓰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육아도 자신의 사회적 경력도 모두 중요하다. 이런 현실을 객관적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본다면, 어쩌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자신에게 밀물처럼 빠르게 몰려온다면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누구나 82년생 김지영 같은 힘겨운 실절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며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어쩌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작품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