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너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정 Jul 03. 2024

나의 소박한 감자 여행

여행의 재발견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감자 여행을 다녀왔다.  

2024년 3월 말에 씨감자를 심고 하지를 전후로, 경기도 양주에서 농사를 짓고사는 B형님과 감자 캐는 대략의 날짜를 정하면 감자여행의 마무리가 결정된다.

B형님은 양주의 종손으로 서울에서 공부하는 기간에 나와 인연을 맺었고, 줄곳 서울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다가 10여 년 전 고향땅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다.

4월 중순쯤에는 함께 옥수수 모종등과 상추씨를 뿌렸다.



그리고 하지를 맞아 드디어 감자를 수확했다.

사실 대부분의 일은 B형님이 하고 나는 잠시 거들어 주는 역할이다.  

그래도 작년에 이어서 감자만큼은 그 과정을 같이하고 싶어서 씨감자 심기부터 출하까지 같이해봤다. 근처 농협에서 택배로 부치는 작업을 도우러 함께 가보니 20kg까지 전국에 5000원에 배송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협의 택배 시스템도 생각보다 합리적이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마치고 주변을 보니 마침 5일장을 하는 날이었다. 잠시 둘러보니 참으로 정겹게 느껴진다.


근처에서 지역 맛집이라는 돌솥 순대국밥을 같이 먹었다. 나는 순대국밥을 좋아한다. 그래서 전국의 특색 있는 순대국밥은 거의 먹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집만의 특색이 느껴졌다. B형님이 주변에 돌솥 순대국밥집이 또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양주식 순대국밥집의 특징이 돌솥인 것 같다.


순대국밥 치고는 매우 담백한 맛이었지만 고추기름 등 옵션이 다양했고, 마무리로 돌솥에서 우려낸 숭늉을 마시니 개운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근처에 '가래비'라는 지명의 시장이 있다. 그리고 가래비 3.1 운동 기념공원이 있는데, 3.1 운동 당시에는 만세운동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규모가 상당히 컸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큰 울림이 있었던 지역이 지금은 평범한 농촌의 마을처럼, 조용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그러나 농촌마을이라고만  하기에는 주변에 큰 규모의 아파트가 둘러져있고, 더 큰 규모로 아파트를 지을 부지가 보인다.  

B형님도 거주하는 10여 년간 농지가 공장이나 아파트 부지로 계속 변해간다고 했다. 지금은 감자를 심은 농지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층빌딩이 들어설 것을 상상해 봤다.

집에 돌아와서 감자전을 해 먹으며,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의 땅도 전에는 감자밭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2024년 나의 소박한 감자여행은 마무리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릉여행기 : 안목해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