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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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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정 Jul 22. 2024

병아리까치를 본 적이 있나요?

봄부터 초여름까지만 만나는 귀여운 까치

내가 사는 집 주변에는 낮은 산자락의 둘레길과 차도 옆에 쭉뻗은 도로공원이 있다. 두 곳 모두 내가 좋아하는 집 주변의 산책코스다. 매년 봄과 초여름에 이 길들을 산책하다 보면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둘레길을 산책하다가 까치들의 절규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보니 나무 위에서 엄마와 아빠로 보이는 까치가 있고, 나무 아래 길가옆에 새끼까치가 있었다.


처음에는 새끼까치인 줄 몰랐다. 나는 병아리만 한 작은 까치를 처음 봐서 다른 새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새끼까치였다. 솜털을 벗고 깃털이 막 자란 새끼까치는 나를 의식하고 무척이나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고, 어미들은 마치 내가 새끼에게 다가가면 나를 공격할 것 같은 느낌이 순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는데, 두 사람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그분들을 향해 "쉿"하고 손가락을 입에 대고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신기하다며 지나갔다. 나도 지나가며, 새끼까치가 궁금해서 뒤돌아보니 어미까치들이 내려와 새끼까치를 에스코트해서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도 첫 번째 비행연습을 했거나 실수로 둥지에서 떨어진 것 같다.


이후 같은 장소를 지날 때면 새끼까치를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만나지는 못했다. 그 후로 한 달쯤 지나니 새끼와 어미의 중간사이즈 정도의 까치들이 자주 발견되었다. 주변을 보니 여전히 먼발치에서 어미까치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았다. 7월이 되니 80% 정도의 성체가 된 어린 까치들이 어미의 보호 없이 숲과 산책길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이때가 새들의 먹이인 벌레등도 많아 어린 새들이 성장하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내가 이용하는 지하철역 주변에서 어린 까치를 발견한 적이 있다. 비둘기와 달리 눈에 띄었는데, 왠지 그 장소에 불시착한 느낌이다. 어딘가 숨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참새나 비둘기와는 다르게 도심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새들도 자기들이 편하게 느끼는 영역이 있음을 느꼈다.


이제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 새끼까치들은 어느덧 성체가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귀여운 까치들을 한동안 못 볼 테니 지금 많이 봐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귀여운 까치들아 내년 봄부터 또 만나자"하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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