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집 주변에는 낮은 산자락의 둘레길과 차도 옆에 쭉뻗은 도로공원이 있다. 두 곳 모두 내가 좋아하는 집 주변의 산책코스다.
매년 봄과 초여름에 이 길들을 산책하다 보면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둘레길을 산책하다가 까치들의 절규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보니 나무 위에서 엄마와 아빠로 보이는 까치가 있고, 나무 아래 길가옆에 새끼까치가 있었다.
처음에는 새끼까치인 줄 몰랐다. 나는 병아리만 한 작은 까치를 처음 봐서 다른 새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새끼까치였다. 솜털을 벗고 깃털이 막 자란 새끼까치는 나를 의식하고 무척이나 놀라서 어쩔 줄 몰라했다. 어미들은 마치 내가 새끼에게 다가가면 나를 공격할 것 같은 느낌이 순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는데, 산책하는 두 사람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그분들을 향해 "쉿"하고 손가락을 입에 대고 신호를 보냈다. 그분들은 신기하다며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나도 조용히 지나가며, 새끼까치가 궁금해서 뒤돌아보았다. 안심한 어미까치들이 나무 위에서 내려와 새끼까치를 에스코트해서 숲 속으로 사라졌다.
생각해 보니 아마도 첫 번째 비행연습을 했거나 실수로 둥지에서 떨어진 것 같다.
이후 같은 장소를 지날 때면 새끼까치를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만나지는 못했다. 그 후로 한 달쯤 지나니 새끼와 어미의 중간사이즈 정도의 까치들이 자주 발견되었다. 주변을 보니 여전히 먼발치에서 어미까치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았다.
7월이 되니 아직은 작지만성체가 된 어린 까치들이 어미의 보호 없이 숲과 산책길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이때가 새들의 먹이인 벌레등도 많아 어린 새들이 성장하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내가 이용하는 지하철역 주변에서 어린 까치를 발견한 적이 있다. 비둘기와 달리 눈에 띄었는데, 왠지 그 장소에 불시착한 느낌이다. 어딘가 숨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참새나 비둘기와는 다르게 도심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새들도 자기들이 편하게 느끼는 영역이 있음을 느꼈다.
이제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 새끼까치들은 어느덧 성체가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귀여운 까치들을 한동안 못 볼 테니 지금 많이 봐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