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턴 사이먼 뮤지엄(Norton Simon Museum
캘리포니아 LA 근교 패서디나의 ‘노턴 사이먼 뮤지엄’은 14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보유하고 전시한다. 뮤지엄이 위치한 패서디나는 이곳 외에도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아트센터(Art Center)등의 유명 대학과 함께 다양한 명소를 갖춘 매력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이 지역을 방문한 다양한 사람들이 다른 명소와 함께 방문한다. 나는 평일과 주말에 모두 다녀왔다. 한국에서 나는 미술관을 주로 가고 박물관은 가끔 가는 편이다. 뮤지엄은 한국어 표현으로는 박물관인데 이곳의 전시품들은 내게 미술관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곳의 정식 명칭은 박물관이다.
뮤지엄(Museum)은 미술관인가 박물관인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여행을 하며 이 단어가 늘 내게 의문으로 다가왔다. 나는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는 곳이고, ‘미술관’은 회화나 조각 같은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모두 ‘뮤지엄’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 정의는 좀 애매하나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국과 서양의 표현이 다른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뮤지엄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자 나는 바로 이곳이 왜 뮤지엄인가? 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대부분 전시작품이 미술관을 정의하는 그림이나 조각 같은 시각적 미술품들이었지만, 14세기부터 현재까지 시대별로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미술품이자 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 스스로 미술관과 박물관의 경계를 풀어야겠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그런 과거에 정의한 단어가 뭐가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이 중요하지 “명칭이 미술관이면 어떻고 박물관이나 센터면 어떤가?”
뮤지엄에 처음 도착하니 입구에서 로댕의 ‘발자크 조각작품’이 나를 반겼다. 나는 발자크를 좋아해서 조각작품을 사진으로 봤지만, 실물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로댕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생각하는 사람’은 뮤지엄 외부의 길에서도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입구에서 뮤지엄의 이름과 같은 설립자의 흉상과 뮤지엄의 설립취지 글을 만났다. 노턴 사이먼(Norton Simon)은 대부호이자 20세기의 뛰어난 미국 미술 수집가 중 한 사람이다. 개인소장품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는 “예술이 세상에 대한 예술가의 비전과 우리 자신의 인식 사이에 의미 있는 대화를 구축함으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완전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는 생각으로 이곳을 만들었다.
전시를 보다가 문득 한국의 뮤지엄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주변에 아기와 반려동물이 많았다. 그리고 안내를 하는 분들이 고령자가 많았다. 아기가 울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작품들이 시대별로 잘 정리되어 14세기부터 현재까지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2개 층으로 나눠진 공간은 외부와 모두 연결되어 잠시 조각공원을 산책하는 코스로 설계되었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칼레의 시민들’ 조각작품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리고 조각상의 주인공 6명의 표정과 모습을 다시 보았다. 일반적인 신화의 주인공이나 위인의 조각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 같은, 그리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표정들이 작품제작 당시 로댕의 고민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립자 노턴 사이먼은 이런 역사를 미래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