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계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나는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문학을 미술로 표현하고, 가상공간에서 체험하는 전시를 경험했다. 전시기간 동안 예약해서 직접 VR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금요일에만 1인이 한 공간 전체에서 단독으로 체험한다.
VR의 배경이 된 문학작품은박태원작가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이다.
나는 가상공간에서 100여 년 전 서울로 입장했다.
소설의 내용에 담긴 공간이 내 앞에 펼쳐졌다.
음성과 영상안내에 따라 직접 걸어서 가상공간을 통해 과거로 진입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지만 나름대로 실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인 소설가 구보씨가 되어 지금의 서울인 경성역에도 가보고, 동대문에서 지금의 전철인 전차도 탔다. 전차에는 멋있게 차려입은 여인과 모던보이들이 각자의 패션을 뽐내고 있었다.
VR에 적응하니 어느덧 구보씨가 되어 일제강점기의 경성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카페에도 들렀다. 그곳에서는 구보씨가 된 나처럼, 시간은 많으나 특별한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음악감상을 했다. 모두가 지식인처럼 보였다. 카페를 나와서 경성역으로 이동하니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무언가를 판매할 목적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잠시 현실로 돌아와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는 생각이 짧게 스쳤다.
어느덧 공간은 당시의 베를린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앞이 펼쳐졌다. 손기정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목에 걸고월계관을 머리에 쓴 채시상식을 하고 있다. 다시 공간은 신문사의 윤전기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손기정선수의 금메달 소식이 신문 1면에인쇄되면서 윤전기가 빠르게 돌아간다.
왠지 쓸쓸한 느낌으로 큰 나무가 나타나고 나는 그 앞에 서있다. 칠흑 같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나는 실제로 가방 속에서 우산을 꺼내서 펼쳤다. VR인지 실제인지 잠시 착각을 했다. 프로그램이 멈추고 시간을 확인하니 17분쯤 지났다. 짧은 시간 동안 나는 100년 전 시간여행을 마쳤다.
"영화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고 이건 뭐지?"라고 스스로 자문했다. 이 전시는 미술관에서 발표를 하고 있지만, 문학을 영상으로, 애니메이션 형식을 통하여 VR기술과 음성으로 전달한다.
하나 더 체험했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헤드폰을 쓰고, 외부공간의 작은 광장과 조각공원이 연결된 공간의 지정된 스폿에 가면 인도인이 명상하는 것 같은 음성과 함께 눈을 감으면 다른 공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전시체험이다. 이동을 하면 천둥번개 같은 소리가 계속 들린다. 맑은 하늘을 보며 비 오는 날의 감성이 느껴진다. 이런 전시는 전적으로 체험자마다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모처럼 두 가지의 새로운 체험을 경험해 보았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미술을 넘어 다양한 세계로 데려다주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새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