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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규간호사J Jul 17. 2023

나는 왜 간호학과에 갔을까?

수포자 ADHD 비혼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 "간호사"

나는 2학년의 마지막을 앞두고 결정해야 했다.


아무런 목표 없이 이대로 취업하여 계산대에 앉아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대학에 가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로 근무할 것인가?


고등학교 3학년, 공부 좀 한다고 하는 친구들은 모두 간호학과에 갔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나에겐 공부 좀 하는 애들이 가는 학과였다.

(지금은 입학 정원 증가로 입결이 많이 낮아졌지만 라떼만 해도 높았다.)


그뿐인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은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간호사라는 세 글자가 내 이름 앞에 올만큼 나는 헌신적인 사람도 아니었고 인내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간호학과 행을 선택한 것은 단순하게도

Q. 한국에서 여자가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직업은?

A. 간호사!

이런 이유였다.


생각해 보면 어른들이 모두 입모아 추천하지만 추천하는 사람은 정작 간호사가 아닌 그런 직업

한 번씩 뉴스에 태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역시 여자들이 모인 무리는 무섭다며 실체도 모르며 떠들곤 하던 그 공포스러운 직업이 바로 간호사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상을 많이 했다.

쉬지도 않고 싸우면서 물건을 던지는 부모님을 애써 모른 척하면서 동생과 함께 이불을 덮어쓰고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상상 속에서 만든 캐릭터를 가지고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농담 섞은 말들을 건네며 동생을 즐겁게 해주다 보면 어느새 아빠는 화를 내며 문밖으로 나갔고 엄마는 엉엉 울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


그 모습이 지겨웠던 나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엄마의 모습은 딸이 닮는다지? 그럼 난 절대 결혼을 안 해야지 엄마처럼 살기는 싫어"

초등학생 치고는 매우 선구적인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여성으로서 비혼으로 오래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가?

최고라는 변호사.. 의사... 사짜 직업들이 여럿 떠오르지만 그 생각들은 접어두도록 했다.

왜냐하면 나는 무려 adhd를 가진 수포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사짜 직업 중에서 그나마 만만하면서 오래 일할 수 있고 허들이 낮으며 비혼에게 유리한 직업을 생각해 봤을 때 사회적인 사짜 직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어에 사가 붙기는 붙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 너로 정했다 간호사!


피X츄를 마주 본 포x몬스터 지우처럼 나는 간호대학으로 편입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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