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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Apr 16. 2021

0. 뒤돌아보니 나는 일본에서
8년 6개월 동안 지냈다

한국에 온 지 어느새 1년 6개월이다. 그렇게 그리워했던 한국 배달 음식문화도, 길거리 음식들도, 한국 드라마들도 이제는 다 적응해버려서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오늘 뉴스를 보니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을 결정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올림픽도 이제 곧 다가오는데 왜 굳이 위험한 결정을 주변국들 생각 없이 마음대로 해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일본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런 나라에서 나는 일본 도쿄에서 8년 6개월 동안 생활했었다. 다들 나한테 물어본다. '왜? 굳이 일본이냐고?' 나도 나 자신한테 물어보고 싶다. 왜 수많은 나라들 중에 일본이었냐고.



나는 원래 영어권에 가고 싶었다. 지금도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보더를 열릴 날을 기다리며 계속 꾸준히 영어 공부하고 있다. 매일 영어 공부하면서도 나 자신한테 묻는다. '아니, 이렇게 힘들게 공부할 거면 그냥 처음부터 일본 가지 말고 캐나다나 호주 바로 가지 그랬어?' 참.. 그러게 말입니다. 남들처럼 일본 만화나 문화가 좋아서 온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일본어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고. 별 이유는 없었다. 단순히, 이건 부모님 의견이었다. 수능을 망치고 나는 당당하게 부모님께 영어권으로 유학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부모님은 영어권은 너무 멀고 미국은 총기 사건도 있어서 위험해서 안된다고. 그러면 중국은 어떻냐고 말하니, 중국은 미세먼지 싶하다고 반대했다. 결국, 거리도 가깝고 괜찮은 곳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지도 안에서 일본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게 일본으로 오게 된 이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자취 생활을 시작한 곳이 일본 도쿄였다. 일본 가기 전까지 나는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읽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겁 없이 갔구나 싶다. 아무 생각 없이 도쿄에 와서, 큰 사고 없이 생활해 온 나 자신이 어쩌면 운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일본에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대학 진학을 위해 어학원에서 열심히 일본어 공부해서 도쿄 내 대학교에 입학하고 내 인생에서 제일 즐거운 4년을 보냈다. 과제, 시험도 열심히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 동아리,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그야말로 내 인생에서 제일 활동적으로 생활해 온 4년이었다. 좋은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일도 해보고(물론 아르바이트였지만), 하루를 매일매일 알차게 보냈었다.


일본은 대학교 3학년 말쯤부터 시작해 4학년 여름방학 때까지 취업준비기간이라서 나는 졸업논문 준비하면서 회사 내정받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주는 계기였다. 아직까지도 최종면접 끝나고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집 가는 길에서 울면서 받았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일본 메이저 항공사 중 한 회사에서 나는 하네다 국제 터미널에서 지상직 승무원으로서 약 2년 7개월간 일하고 퇴사했다. 퇴사한 스토리는 조금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 이야기에 말해보겠다. 원래 계획이라면, 나는 2020.03월에는 호주 시드니로 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입국 금지되고 지금까지 계속 한국에 지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짧게 요약한 나의 일본 생활 스토리이다.




8년 6개월. 내 20대를 일본 도쿄에서 지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이야기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넌 일본에서 만족한 생활을 지낸 것 같아?'


YES/NO라고 말한다면 YES고 퍼센트로 말한다면 85% 정도?

매우 만족스러운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하면서 생활했다.


신기한 게 한국에 지내면서 갑자기 일본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일본의 옛날 느낌 물씬 나면서도 그 따랑 따랑하는 신호등 소리. 일 끝나고 집 근처로 오면 주택가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노을 지는 풍경. 봄이 되면 자전거 타고 벚꽃이 떨어지는 공원 풍경. 주먹밥이 먹고 싶어서 편의점에 들어가면 각 종 과자, 디저트, 음식들. 그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풍경과 감성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힘든 일 있어도 이 노을 보면 힘든 일이 잠시나마 잊혔다.

그 외에도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 추억들, 그리고 일본에서 만나 지금까지도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

다른 나라에 살았다면 이런 인연들을 만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일본 가는 걸 말렸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한국이었다면 또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일본에서 만족하며 지냈다.


뒤돌아보니 나는 8년 6개월 도쿄에서 20대를 보냈었고,

나름 만족해왔던 일본 생활기를 짧게나마 여기에 적어나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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