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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Apr 18. 2021

한국에 돌아오니 나는 이방인이었다.

한국이 이렇게 낯선 나라였을까.

창문을 여니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다. 아직 기온차가 있지만 봄이 다시 돌아왔다. 재작년 2019년 11월에 한국에 돌아오고 1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코로나로 인해 나의 계획이 다 흐트러지고 게다가 가족의 건강 악화 등으로 나보다는 가족에게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이제야 나를 위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한국에 살고 있지만 계속 낯선 나라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넌 한국에 살기 싫니? 언제 한국에 돌아올 거야?"

이 질문은 일본에 유학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에 있는 친구, 친척들에게 자주 받았던 질문들 중 하나이다. 당연히 한국이라는 나라가 싫어서 일본에 간 것도 아니고 일본에 살면서 외롭고 그리울 때 생각나는 나라이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에 정착하기 싫었다. 한국은 나에게 있어서 모국이지만 너무 낯설고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 되는 나라이다.


한국은 왜 나이, 학력, 자격증에 신경을 쓸까요?


일본에서 각종 아르바이트, 인턴 생활도 해보았고 회사 생활도 해보았지만, 같이 일하면서 '나이' 신경   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에서 50 미혼 남자, 여자 직원들도 보았지만 다들 나이 상관없이 열심히 일했다. 나이보다 경력으로 선후배 사이로 지냈다. 항공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  OJT담당 선배님도 나랑 동갑이었지만, 우리  사이에 반말을   적이 없었다. 면접에서도 '나이', '학력', '자격증' ...  이력서의 기본 정보에 불만을 가지시는 면접관을  번도  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나 파견 직원, 계약직, 정규직으로 일하는  상관없이, 일하는 실력으로 따졌지, 각자의 살아온 배경에 대해서 뭐라고 하시는 분들은  번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나의 기본정보에 뭐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자 30살이 죄도 아닌데, 면접  ' 아직까지도 결혼  하셨어요?'부터 시작해, '그런데 자격증 부족한  아니에요?' ...  시비조로 말하는 걸까. 분명히 채용 모집에 보니 경력, 나이, 성별 무관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면접에 가보면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회사들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서울에서나 통하는 가보다. 아직까지 내가   면접관들은 나의 겉으로 보여진 모습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각자에게 열심히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열심히 육아에 힘을 쓰는 분들도 계실 테고, 누군가는 회사에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각자의 인생 목표가 있을 것이다. 나도 물론 나만의 목표, 인생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들이 한국에서는 '열심히'가 아닌 철이 없다고 느껴지는 모양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일본에 넘어가면서 가족들과 떨어진 시간이 길었다. 일본-한국이 가까운 나라이지만, 나는 일본에서 조금 더 빨리 익숙해지고 싶어서 20대 대부분을 일본에서 지냈다. 일본에서 바로 호주로 떠날 루트도 생각했지만, 가족이랑 지낸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 한국에서 호주를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코로나와 동시에 가족의 건강 악화로 나는 장기간 한국에 지내게 되었다. 가사도 하면서 재활 치료나 가족의 간호를 하는 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같이 힘들었다. 그래도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케어해왔다. 동시에 나름대로 호주에 갈 방법을 찾아보면서 영어 공부와 시험도 준비해왔었다. 물론 힘들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었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공백기'라고 단정 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게 공백기인 걸까? 혼란스러워졌다.




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아이유 인터뷰가 생각났다. 유튜브 영상 링크와 인터뷰 중 인상 깊은 부분을 아래에 남겨보겠다.


제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한 건 일 밖에 없구나.
일이 삶의 전부는 아닌데.....
열심히 살았다고 할 수 있나? 내가 중독된 건 '성취, 보람'이 아닌 일이 주는 '자극적임'이었구나.
과연 건강한 '열심'이었나?


https://www.youtube.com/watch?v=xs6hl6WR1tY



호주에 살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걸까? 나 혼자 철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러자 남자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Don't worry. I'm so proud of you' 눈물이 날 뻔했다. 남자 친구 밑 사원들 중에 50대 후반이신 분도 계신다고, 나이가 전부가 아니라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나를 격려해줬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죄는 아니지 아니한가. 나랑 잠시 대화해보고 바로 단정 지어버리는 사람들이 미웠다.


이제 곧 한국에 생활한 지도 2년이 다가온다. 남들이 말하는 공백기가 길어지지만, 그래도 여기서 우울하게 보내기는 싫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 정보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해도 나는 열심히 내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이방인이지만,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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