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 때 요리하는 게 재밌어서 친구랑 같이 요리학원도 다녀보았다. 그런데 일하면서 요리할 시간보다 침대에서 쉬고 자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편의점 음식이나 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랬더니 살도 급격히 찌게 되고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이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오면서 결심한 것 중 하나가 건강하게 살자는 목표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s)이란 베지테리언 종류 중 하나로, 육류를 제외하고 생선, 조개, 달걀, 과일, 견과류 그리고 야채를 먹는 채식주의자다. 한국에서도 채식주의를 하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비건 아이스크림이나 두부면도 나오는 등 조금씩 채식에 대해 기업들이나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 이렇게 도전하는 것에 바로 결심하기가 힘들었는데, 아래의 TED 동영상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https://www.ted.com/talks/graham_hill_why_i_m_a_weekday_vegetarian)
‘왜 나는 평일 베지테리언인가'라는 제목으로 짧은 영상인데, 마지막에 베지테리언을 일주일 내내 한다는 것이 힘들면 평일 베지테리언이라도 도전해봐라!라는 말이 마음에 꽂혔다. 베지테리언 생활을 물론 365일 매일 한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우면 최소 평일만이라도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살아보자! 고 결심했다.
요리도 포함해서 집안일을 책임지는 나로서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다. 맛있는 육고기를 마음대로 못 먹다니! 고기를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반대하는 눈치셨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아버지의 다이어트 성공을 위해서 지금은 조금씩 채식 요리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활을 도전하면서 장점이라고 하면 무거웠던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늦게 퇴근하고 나서도 친구들이나 동기들이랑 고기와 술 마시러 가서 일어나면 술 배가 나오고 얼굴은 부었는데, 채식 생활을 하다 보니 무겁게 느껴지던 내 몸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그리고 외식비를 아낄 수 있다. 일단 고기 가격이 야채 가격에 비해서 몇 배 높고 외식을 즐겨해 와서 일본에서 식비가 많이 나갔었다. 그런데 채식 요리를 시작하니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외식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물론 힘든 점도 많다. 까다로운 아버지의 입맛에 맞춘 음식을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매번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할까 신경 쓰고 고민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런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요리 선생님,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나라의 채식 음식을 볼 수 있었다. 한식, 일식, 양식 등 채식만 하더라도 다양한 음식 레시피가 있었다. 유튜브가 없었더라면 나의 채식 도전기는 한 달도 안돼서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두부로 하는 요리가 많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샐러드 요리가 대부분이었는데, 단백질도 많고 소화하기도 좋아서 두부로 두부전, 명란 두부 파스타, 두부 유뷰초밥, 두부 하몽(갖은 야채와 두부를 넣어서 만들어봤는데 계란 피자 같았다) 등 다양한 두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브런치' 글을 적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브런치 작가들 중에서도 비건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분들의 글을 읽어보면서 평일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봐야겠다. 주말이 되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즐거움과 해방감을 느끼는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채식의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는 베지테리언이 되고 싶다.
페스코 베지테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