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오래전에 내게 건네졌던 친절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추천 사랑 속엔 언제나 - 허회경
여러분들은 혹시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내가 하는 행동들이 원래부터 내 성격이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받은 영향일까?
얼마 전에 음악을 아는 친한 언니가 굿즈 판매용과 전시용으로 제 음악 CD가 필요하다고 해서 전해 줄 일이 있었어요. 그냥 CD만 건네도 되는데, 왠지 빈손으로 드리는 게 싫더라고요. 허전해 보이기도 하고, CD만 주면 정이 없어 보이는 느낌도 있잖아요. 그래서 집에 있던 오레오 과자 세 봉지를 종이 가방에 넣어서 같이 챙겼어요.
근데 나갈 준비를 하는데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챙기는 사람이었나?
별게 아닌데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신경 써서 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했던 행동들이 어색했나 봐요.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예전에 언니가 저한테 장비를 돌려줄 때 과자 몇 개를 같이 넣어줬던 적이 있었거든요. 다음엔 나도 챙겨야지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한 적은 전혀 없는데, 제가 자연스럽게 똑같이 하고 있더라고요. 신기하지 않나요?
내가 좋았던 감정을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버스를 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버스 카드를 두고 오신 것 같은 할아버지께서 타셨는데, 지갑을 계속 뒤적이며 난처해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고 카드를 대신 대 드렸어요.
그런데 몇 정거장 후에 내리시면서 갑자기 제 손에 만 원을 쥐어주시고는 급히 내리시는 거예요. 다시 드리려고 했는데 계속 “고마워요, 고마워요”만 말씀하시면서 버스에서 내리시더라고요.
그 만 원을 한참 바라봤어요.
어떤 마음으로 건네신 걸까?
신세 지기 싫으셨던 마음이었을까?
갑자기 저희 할머니도 생각이 나고, 할머니도 신세 지는 걸 너무 싫어하셔서 제가 뭘 사드리면 꼭 돈으로 돌려주시거든요. 그런 생각도 들었고, 아니면 고마움의 크기를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생각해 보면 저도 두어 번 그런 적이 있었어요. 카드를 들고 왔지만 잔액이 없었던 날.
예전에는 잔액 충전을 해야 했고, 혹은 아예 카드를 집에 두고 온 날도 있었죠. 당황해서 기사님께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릴게요”라고 말했는데, 그때마다 누군가 나서서 찍어주시고 도와주셨어요. 맨 뒤쪽 좌석에서 앞으로 오셔서 찍어주신 분도 계셨고요.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따뜻한 마음은 지금도 아주 선명해요. 나도 그때 그 따뜻함을 배운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평소에 받아온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다시 행동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해 함께한 친구, 연인, 그리고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할머니에게서 베어온 작은 습관들과 마음처럼 말이죠.
제가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좋은 감정이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유도, 아마 같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저에게 격려를 되게 많이 해줘요.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특히 제가 기가 죽어 있을 때 말이죠. 평소에는 제가 워낙 까불까불하니까 그렇진 않는데, 제가 힘들 때는 그런 사람이에요.
이것도 얼마 전 일인데, 차를 타고 집에 가다가 신호에 걸려서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차가 박은 거예요. 다행히도 작은 접촉 사고였지만, 그날 제가 유독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역시 오늘은 날이 아니네. 안 풀리는 날이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남자친구는 차 상태 확인하고 상대방과 이야기하더니 그냥 괜찮다고 하고 돌려보내더라고요. 그러면서 저한테
“이렇게 배려를 하면 행운이 오겠지 뭐. 이 행운이 너한테 갔으면 좋겠다. 너한테 갈 거야.”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참 오래 남았어요. 제 표현으로는 귀멸의 칼날에 나오는 이노스케의 뭉실뭉실 감정이었죠.
김신지 작가님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내가 끝끝내 어떤 낙관을 향해 몸을 돌린다면
믿게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란 걸 이제는 안다.
세상이 어때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보고 싶은 그 세상을 먼저 살아내면 된다는 것도.”
너무 좋지 않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나누고 싶은 문구가 있어요.
“내가 궁금한 건 하나뿐이야.
네가 지금 행복한지 아닌지,
충분히 너로 사는지,
여전히 주변을 밝히는지.
하지만 무엇보다 빛나는 건 너인지.”
살기에도 너무 바쁘고 힘들고, 세상은 자꾸만 각박해지잖아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마음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사실 이 이야기를 왜 나누고 싶은지는 지금 설명하지 못할 에피소드가 될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알 수 있겠죠. 다만 오래전에 누군가가 내게 건넸던 친절이 시간이 지나도 은연중에 떠오른다는 건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 따뜻함이 또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옮겨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