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알고 있을까?

‘그’ 사람을 정말 알고 있을까?

by 홍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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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know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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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나’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낯선 ‘나’를 마주칠 때가 있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나도 모르는 행동이나 말을 할 때, 그때마다 “이게 진짜 내가 맞나?” 싶은 순간이 있죠.


집에 돌아와 “왜 그랬을까?” 후회하기도 하지만, 이젠 그 모습도 내가 몰랐던 나, 그 또한 ‘나’ 임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익숙한 상황에서는 괜찮지만, 변수가 생기면 전혀 다른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점점 확신이 줄어듭니다.

“나는 나를 안다.”

그 말이 얼마나 불안정한 문장인지 요즘 부쩍 느껴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이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나 역시 그들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어요.


류시화 작가님의 『좋은 지 나쁜 지 누가 아는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바닷물을 뚫고 달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노력을 다해도 결국 완전히 알 수 없는 존재가 ‘타인’이라는 것을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느끼고 있을까요?


스스로 문제에 부딪힐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이번 문제가 제일 힘든 거야.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거야.”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걸 이겨내면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야. 단단해질 거야.’라는 믿음을 가졌어요.


그런데 언제나 그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찾아왔죠.

그 당시엔 너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는 희미해지고 새로운 문제 앞에서 마음이 다시 바빠졌어요.


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고, 섭섭함과 실망을 느낄 때마다 그 관계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알게 됐어요.

그 사람이 옆에 없는데도 나는 여전히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걸요.

결국은 그들을 대하는 내 시선과 생각이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는 걸요.


류시화 작가의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이거예요.


“가능한 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갖기를.

만약 내가 이 순간에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친절하기를.

만약 내가 친절할 수 없다면 판단하지 않기를.

만약 내가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면 해를 끼치지 않기를.

그리고 만약 내가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최소한의 해를 끼치기를.”


제가 좋아하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와요.

주인공의 남편이 이렇게 말하죠.


“내가 세상을 밝게만 보는 건 순진해서가 아니야.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었어.

내가 아는 건 하나야. 다정해야 해.

특히나 뭐가 먼저 혼란스러울 때, 그게 내가 싸우는 방식이야.”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랑과 연민의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그건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자, 잘 모르는 ‘그 사람’을 섣부른 판단으로 잃지 않을 수 있는 강한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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