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 남일이 아니다.

by 미세스유니

최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청소년의 약 25%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이는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며, 청소년기 우울증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말은 그저 통계상의 숫자 때문만이 아니다. 내 아이를 보면서 이 문제가 얼마나 가까운 현실인지 절감하고 있다.


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사회의 학업적 스트레스와 입시 부담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 끝없이 이어지는 학원 수업, 잠을 줄여가며 준비하는 내신과 수능, 그리고 비교와 평가가 일상이 된 학교 생활은 청소년들에게 큰 압박감을 준다. 이런 경쟁적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내가 뒤처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여기에 학교 내 따돌림 문제도 심각하다. 외모, 성적, 성격, 가정환경 등 사소한 차이로 시작되는 따돌림은 아이의 자존감을 크게 무너뜨릴 수 있다. 친구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과 상처는 우울증의 또 다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가정 내 소통의 부재 역시 아이들을 힘들게 만든다. 부모가 바쁜 일상에 지쳐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고, 아이의 고민과 감정을 충분히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자녀 간의 정서적 거리가 벌어질수록 아이는 더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나 역시 내 아이를 보며 이런 우려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성적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걱정, 친구 관계에서의 고민 등 아이의 어깨에는 이미 무거운 짐이 올라가 있었다. 한때는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괜찮으니 조금은 쉬어가도 된다’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결과와 경쟁 중심의 한국사회에 대한 현실을 마주 할 때면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그에 따른 내 태도가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경우도 아이의 불안한 마음에 한몫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나는 아이와 나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조금 더 자주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성적이나 공부 이야기가 아닌, 가벼운 산책과 바깥 활동,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시간, 주말마다 짧은 산행을 계획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이런 일상의 작은 시간들이 아이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 주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우울증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모든 아이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사회, 오로지 고학력을 향해 달려가는 좁은 길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부족한 교육 환경은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꼭 대학 서열과 성적 중심의 경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영역에서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는 사회,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흥미를 찾아갈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는 사회 말이다.


내 아이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길 소망해 본다.

수, 토 연재
이전 10화밀어붙이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