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과 이혼 이야기
#010 크리스마스의 바람
오늘은 크리스마스였다. 예전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려 보니, 전남편이 차려놓은 케이크와 장식들이 나를 맞이했던 기억이 난다. 이벤트나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크리스마스만큼은 늘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달랐다. 특별히 할 것도 없어서 아기와 함께 동네 근처 관광지를 찾았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뒤뚱뒤뚱 뛰어다니는 돌 아기와 조심하라며 쫓아가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내 심금을 울렸는지 모르겠다.
바다를 배경으로 아기와 사진을 찍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던 가정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짐을 챙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설프지만 뿌듯하기도 했다. 뭔가 모든 것이 서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외로움이 찾아왔다. 내가 외로운 걸까, 아니면 아이가 외로울까 봐 괜히 더 걱정하는 걸까? 아기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나와 산책을 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에 단둘이 맞는 크리스마스가 조금은 쓸쓸했다.
친구들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길 텐데, 나는 아기와 함께 조용한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그렇다고 전남편과 다시 합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가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멈출 수가 없었다. 집에서 작은 트리와 케이크 하나를 놓고 촛불을 켜며 소소하게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그 평범한 모습이 나에게는 왜 허락되지 않았을까?
내가 바라던 가정은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함께 나누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에게는 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스스로도 참 현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문득 재혼을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언젠가 나와 아이가 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