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고향 마을 구엄리 바닷가, 여름 햇살은 꼬맹이 피부를 새카맣게 태웠다. 어른들은 이처럼 볕이 괄괄하면 중 대가리 벗겨지는 날이라 했다. ‘이추룩 썬샤인’, 괄괄한 햇살 아래에서도 기죽지 않고 마을 곳곳 온갖 데 만개하던 꽃이 기생초였다. 아이들은 '별꽃'이라 불렀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까지도 이 꽃의 본디 이름이 별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별꽃이라 검색하면 조그맣고 앙증맞은 하얀 봄꽃이 '내가 별꽃이요'하고 화면에 떴다. 꽃의 본명을 몰라 헤매다 기어코 찾아냈는데, 기생초(妓生草)였다. 연지분 곱게 바른 기생을 닮았다고 이런 이름을 붙여준 것일 게다.
우리나라 본명은 '춘자국'이다. 한자표기는 알 수가 없다. 설마 春子菊일까? 원래 Miss 'Golden Coreopsis'라는 북아메리카 태생의 한반도 이주 식물이다. 또 다른 이름은 꽃 모양이 뱀눈을 닮았다 해서 사목국(蛇目菊)이다. 살벌한 이름이다! 어느 지방의 향명(鄕名)인지 모르나 '각시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페르시아 국화(ハルシャギク, 波斯菊)라 부른다.
뜨거웠던 여름날,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바닷가 고향 마을 길가 아무 데나 피던 기생초. 햇살 뜨거운 한여름 대낮, 마을은 나비들 날갯짓조차 들리는 듯 고요했다. 꿈길인가, 몽환에 빠지던 유년의 여름 한낮, 시골길은 아늑하면서도 외로운 기분에 빠지게 했다. 이 기생초는 그 추억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어린 날의 그리운 별꽃, 아니 기생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