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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Mar 10. 2024

예브게니 오네긴의 봄

푸시킨의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 中에서, 번역 by 석영중

제7장    

[2]

봄이여, 봄이여, 사랑의 계절이여,

네가 오는 것이 어찌 이리 슬픈가!

어이하여 내 영혼과 내 피가

이토록 음울하게 요동치는가!

시골의 적막한 품속에서

내 얼굴로 불어오는 봄바람은

어이하여 이토록 무거운 감동에

나를 휩싸이게 하는가!

즐거움이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인가!

하여 기쁨과 생명을 주는 모든 것,

환희에 차고 빛나는 모든 것은

오래전에 죽어버린 영혼에

권태와 번민만 안겨 주고

모든 걸 어둡게만 보이게 하는가?  

   

[3]

아니면 지난가을 떨어진 나뭇잎이

되살아나는 것도 반갑지 않아

새로운 숲이 술렁이는 소리 들으며

우리는 그저 애달픈 상실만 기억할 뿐인가.

아니면 음울한 상념 속에서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조락과

다시 소생한 자연을

비교하는 건가?

어쩌면 시적인 몽상 가운데 

또 다른, 그 옛날의 봄이

우리의 생각을 찾아와 

머나먼 이국땅, 신비한 밤,

달빛...의 꿈으로

가슴을 전율하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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