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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Aug 21. 2024

춘설

2019년 2월 15일, 북한산 자락길

지난 12월부터 눈이 오기만 하면 북한산 자락길 간다고 별렀는데 이게 얼마만의 귀한 눈이던가? 설레는 아이 마냥 커피 내려 보온병에 담고 집을 나섰다. 자락길 초입에 들어 숲 아래를 바라보자니 정지용의 ‘春雪’ 첫 구절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와 마저 읽었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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