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5일, 북한산 자락길
지난 12월부터 눈이 오기만 하면 북한산 자락길 간다고 별렀는데 이게 얼마만의 귀한 눈이던가? 설레는 아이 마냥 커피 내려 보온병에 담고 집을 나섰다. 자락길 초입에 들어 숲 아래를 바라보자니 정지용의 ‘春雪’ 첫 구절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와 마저 읽었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