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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마령리 이식골

추적 문상길②

by 김양훈
내가 한 일은 다만
그 사내의 내력을 찾아낸 것

임하댐 수몰된 안동 마령리 이식골
남평 문씨 종갓집 막내아들,
그 사내가 살던 곳

그 사내가 떠난 곳,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곳
사내처럼 사라진 마을, 흉흉한 소문 떠도는
쉬쉬대며 살아온 일가붙이들 산기슭에 남은 곳

-안상학의 詩 <기와 까치구멍 집>에서


문상길, 그가 태어나 자란 고향 안동시 임동면(臨東面) 마령리(馬嶺里) 이식골은 1984년 12월 시작해 1992년 완성된 임하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그의 생가이며 남평 문씨 종택인 '기와 까치구멍집'은 1988년 안동시 남후면 검바우길 28-3번지로 옮겨졌다. 거리로는 35km, 자동차로 달려 40분 거리다.


인척들이 수몰 보상금을 받고 가까운 언덕바지에 새집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그의 생가만 유독 그토록 멀리 이건(移建) 돼야만 했던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행히 그의 생가 ‘기와 까치구멍집’은 경북 민속문화재 69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사형판결 시 최후진술 일부와 총살집행을 알리는 신문기사 몇 줄 말고는 그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스물 두 해 기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통째 사라졌다. 어찌하든 그는 다시 살아나야 한다.


덧붙인 사진들은 마령리 음지마에 살던 문상길의 남평 문씨 친척 문병태 씨가 남긴 1960년대 기록 사진들이다. 이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 남평 문씨 종갓댁 막내 아들 문상길 중위가 어려서 살았을 풍경을 상상할 수 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날이 풀리면 이곳을 찾아가 들러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찾아가지 못했다. 게으른 나여, 게으른 나여!

지게에 나무를 해서 오는 문경태 씨의 육촌형님
문경태 씨의 용상동 집에서 아이들의 여름 물놀이
챗거리장터에 간 문경태 씨의 부인 김순조
담배 조리하는 마령리 음지마 동네남자들. 그때만 해도 담배조리 일은 주로 마을 남자들이 했다.
마을 잔칫날 모습
마을 잔칫날 솥뚜껑에 전 굽는 동네 아낙들
이식골은 수몰 후 건너 언덕 위로 옮겨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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