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감수

김용준 著 <새 근원수필> p158-159

by 김양훈
깎고, 짓고, 문지르고, 다듬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글을 짜낸다는 것은 정말 고통 중의 고통이다. 깎고, 짓고, 문지르고, 다듬고 아무리 낑낑거려도 자기의 의사표시를 하려면 삼동(三冬)에도 이마에 땀이 흐르지 않고는 못 배긴다.


오죽 답답하고서야 창으로 들어오는 광선이 아른거려서 덧문을 첩첩이 닫아도 보고, 그리고 나니 또 깜깜해서 전등불을 켜도 보고, 그리고 나니 또 안방에서 지껄이는 소리가 귀에 거슬려서 원고지며 펜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도 보고, 풀섶에 엎드렸노라니 또 개미 새끼들이 넓적다리를 꼭꼭 찔러서 화가 벌컥 나고, 이리하여 내가 여남은 장 원고를 쓸 양이면 농(弄)이 아니라 십년감수는 하고야 만다.


-김용준의 <새 근원수필> p158-159

2책 새 근원수필.jpg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 1904-1967) 화가 동십자각 작품
변월룡이 그린 근원 김용준 1953년, 종이에 목탄과 연필, 44x3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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