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화(墨畵)의 경지

문영대 著「변월룡」(근원 김용준이 변월룡에게 쓴 편지) p154

by 김양훈

룡천에서처럼 좋은 이야기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같이 일하던 행복을 꿈같이 회억(回憶)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선생이 오신다면 우리 조선 미술계는 얼마든지 활발히 발전할 수 있겠는데, 선생의 깊은 조예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예술 창작에 큰 이익을 주는 말이 되는데, 더구나 선생의 묵화에 대한 견해와 인식은 나에게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변월룡이 그린 근원 김용준 1953년, 종이에 목탄과 연필, 44x33.5cm

나는 조선 묵화의 현상에 대하여 혼자서 애태우고 있습니다. 똑바로 말하여 묵화의 경지와 그 올바른 방향으로 이해를 가진 사람은 조선에는 거의 없습니다.

들으니 선생은 그간 묵화 공부도 열심히 하셨다는데, 나는 선생의 묵화를 몹시 보고 싶습니다. 나도 틈만 있으면 묵화를 그려 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나 연구 사업으로 틈도 별로 없지만, 종이와 먹과 채색도 구할 길이 없고 또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서 속만 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선생이 오셔야 나의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고전 미술을 계승하며 발전시키는 데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선생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같은 점이 많고 선생의 의견에 좋은 점이 많은 만큼 꼭 선생이 오셔야 내가 하는 사업에 자신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선생이 오신다면 나도 없는 틈을 얻어서라도 묵화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방향으로 그림도 그려 보고 싶습니다. 또 내가 당하고 있는 애로도 선생이 계시면 해결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김용준, 1955년 5월 5일


-문영대 지음 「변월룡」중 (근원 김용준이 변월룡에게 쓴 편지)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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