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군과 간신

김영수 편역 「간신론」中 p233

by 김양훈
그들은 정치상 서로 의지하며,
생활상 서로 의기투합하고,
사상적으로 서로 통한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신하는 어두워진다. 주인이 아첨을 좋아하면 신하는 간신이 된다.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사실 혼군(昏君)¹⁾과 간신(奸臣)²⁾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들은 모두 봉건적 사유제의 산물이다.


혼군은 자신을 대신해서 백성을 탄압하고 충직한 인물을 제거하여, 진리를 감추고 정의를 파묻음으로써 자신의 통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충성스러운’ 간신을 필요로 한다. 또 두루두루 살펴 자신의 비위를 맞추며, 은근히 자신을 돌보고, 심리적 만족과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간신을 필요로 한다.


간신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보호막과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사다리로서의 혼군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정치상 서로 의지하며, 생활상 서로 의기투합하고, 사상적으로 서로 통한다. 역대의 혼군과 폭군은 간신이 설쳐 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으며, 간신들은 또 혼군과 폭군을 위해 충직한 개와 노예로 힘을 다했다. 그들은 일맥상통하는 존재들로서 공통의 이익과 공통의 심리적 본질을 갖고 있다.


-김영수 편역 「간신론」中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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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註]

1) 사리를 가리지 못해 나라 전체를 쇠락으로 이끄는 임금을 표현한 말이 바로 혼군(昏君)이다. 저녁 무렵의 어두침침한 모습의 형용이 昏(혼)이다. 어딘가에 가려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무능한 군주다.

2) 간신(奸臣)의 사전적 의미는 ‘간사(奸邪)하고 간악(奸惡)한 신하로, 임금에게 능력이 아닌 아첨으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재물과 지위를 높여가는 데만 주력하는 자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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