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4 3문학회

트멍

윤상희|4·3문학회 문집|창작 詩|

by 김양훈

트멍¹

윤상희

총소리 들으며

살아남으려 웅크린다

트멍에서

살다 못 산 사람들

웃뜨리² 밭에 쓰러지고

쓰러진 사람들 위로

바람이 지나가며 울더라

트멍에 숨은 사람들

살아남았다고 안도하지 못하고

살아남았다고 가슴 쥐어짜면서

죽도록 트멍에서


윤상희|4·3문학회 문집|창작 詩

*윤상희는 곶자왈을 좋아하는 숲 해설가로, 제주에 가서 제줏말로 제주의 식물들과 바람과 돌과 지나간 시간이 묻어나는 ‘지금’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시가 되거나 여행이 되는 제주를 좋아한다. 바람이 전하는, 돌에 스민 제주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은신처인 동굴 트멍으로 밖을 감시하는 웃뜨르 피난민

[옮긴이 註]

1) 트멍 : ①구멍. 틈. <사용예>트멍은 나민 족을 때 막아사 혼다.(구멍은 생기면 작을 때 막아야 한다.) [동의어] 트망. 끄멍.

②여유. <사용예>트멍 나민 느네 집이 꼭 들르키여.(틈나면 너희 집에 꼭 들르마.)

∎담트멍 : 돌담 사이에 난 틈

∎어느 트멍에 : 어느 틈에

∎트멍나다 : ①겨를이 생기다. 여유가 생기다. *트멍나민 들르젠 허멍도 그게 잘 안 됨저.(겨를이 생기면 들르려고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된다.) ②사이가 벌어지다. 틈이 생기다. *트멍난 건 호갈락 홀 때 막아사주 대엄호민 올케로 혼나는 수가 신다.(틈이 생긴 건 자그마할 때 막아야지 소홀히 하다가는 제대로 혼나는 수가 있게 된다.)

∎트멍트멍 : 틈틈이

2)웃드르(=웃뜨리) : ① 한라산 쪽에 있는 위치한 들. ② 해안가에서 산 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거기에 형성된 마을. ③(중)산간 마을.

∎중산간 : 한라산 중턱의 대략 표고 200~600m 사이에 있는 숲이나 들판 지대. 지하수 함양지대이면서 과거에는 주로 목축 지대였다. 여기저기 마을이 있었으나, 제주4·3 당시 소개령 등으로 많이 사라졌다. ⇰ 웃드르

제주4·3 당시 '초토화 작전'에 따른 <중산간 소개령>으로 해안가로 피난 떠나는는 웃뜨리 주민들
제주4·3을 그린 이명복 작가의 그림
4·3문학회는, 문학을 통해 제주4·3의 진실을 찾아가는 서울 지역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2017년 4월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화산도』 읽기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2021년부터는 4·3관련 자료와 작품 전반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확장하고. 이름을 ‘4·3문학회’로 바꿨다. 월 1회 정기모임을 8년째 이어 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30여 명이고 회장은 양경인, 좌장은 김정주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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