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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키와 함께 한 이강은 교수

2026년 1월 독서과제 고리키의 <운둔자> 번역

by 김양훈
이강은 교수(경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2024년 정년 퇴임)가 최근 발표한 저술과 연구 성과의 일관성은 고리키와 톨스토이 등 러시아 리얼리즘 전통을 중심으로 ‘화자·서사·윤리·미학’을 이론적으로 결합하려는 데에 있다.
쳇GPT의 도움을 받아 공개 학술 데이타 베이스(DB)인 KCI, RISS, JAMS, 국회도서관, 교보, 영문색인 등을 조회해 이강은 교수의 문학·서사 관련 최근 출판물 가운데 학술논문·단행본 중심으로 10편(가장 최근 순, 공개 확인 가능한 범위)을 추려 간단히 요약했다.
그의 저술과 연구 동향을 파악하면 고리키에 대한 그의 관심 사항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1. 변혁기 러시아문학의 윤리와 미학 (단행본, 경북대학교출판부, 2018) — 변혁기(혁명 전후)의 러시아문학을 ‘윤리적 지향’과 ‘미학적 지향’의 긴장으로 읽어내는 총괄적 연구서. 주요 작가(고리키·톨스토이 등)의 서사구조와 윤리 담론을 연결해 제시한다.

2. 러시아 소설의 형식적 불안정과 화자 (단행본, 2015) — 러시아 장편소설의 발전을 ‘화자 형식’의 변동으로 설명하고, 형식적 불안정성이 서사적 장치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한다.

3. 은둔자의 탄생과 죽음의 의미: 막심 고리키의 단편 『은둔자』와 『특이함에 대하여』 (『러시아연구』 22(1), 2012: 73–97) — 고리키 말년 단편의 ‘은둔자’ 이미지를 통해 영적 고독·인간애·사회적 성찰이 어떻게 결합되는지 읽어낸 텍스트 분석.

4. 리얼리즘의 서사구조에서 전형과 탈전형의 논리 (『러시아연구』 18(2), 2008: 89–113) — 전형(典型)과 탈전형의 서사적 기능을 규정해 리얼리즘 장르 내부의 변형 논리를 설명(공동저자: 이기웅).

5. 이념적 소통의 단절과 그 극복을 향한 성찰: M. 고리키의 혁명 후 단편을 중심으로 (논문, 2008) — 혁명 이후 고리키 단편에서 이념적 소통의 단절과 화해 전략을 고찰한 연구.

6. 소통의 경계와 새로운 서사의 모색 — M. 고리끼의 ‘어떤 소설’ (『러시아연구』 17(2), 2007: 95–121) — 고리키의 단편을 통해 전통적 소통구조의 한계를 진단하고 새로운 서사 형식의 가능성을 모색.

7. 소설언어의 가치적 일원성과 다원성(Ⅱ) — 막심 고리끼의 『푸르른 삶』 (논문, 2007) — 소설언어의 가치 단일성·다원성을 주제로 고리키 텍스트의 가치장(價値場)을 분석.

8. 리얼리즘·근대성 논의(공동 연구·장) (여러 학술지 게재·2004–2006) — 근대 러시아 서사와 역사적 시학을 연결하는 서사·화자 중심의 이론적 논의(예: “러시아 장편소설의 형식적 불안정과 화자”, 2004).

9. 막심 고리끼 소설에서 모성과 자연의 모티프 (『러시아어문학연구논집』, 2002) — 고리키 작품에 나타나는 모성·자연 모티프의 상호작용과 서사적 의미를 계열적으로 해명.

10. 『1922–1924년 단편들』에 나타난 존재와 의식의 미완결성의 시학연구 (학술지 게재/초기연구, 1999) — 고리키 초기·중기 단편의 존재론적·의식구조적 미완결성을 다룬 초기사 연구.


막심 고리키 연구자, 前 경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이강은 교수 – 러시아 문학과 혁명의 언어를 탐구한 학자의 길

막심 고리키는 러시아 문학사에서 ‘혁명의 작가’로 불린다. 그는 억압받는 민중의 삶을 증언하고, 인간 존엄의 가능성을 문학을 통해 탐구했다. 한국에서 고리키의 문학과 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국내 독자에게 깊이 있는 해석으로 전달해 온 대표적 학자가 바로 경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의 이강은 교수였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작가 연구에 머물지 않는다. 러시아의 격변기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현실과 맞서 싸우며 인간 정신의 힘을 드러내는가를 탐구한, 긴 시간의 학술적 여정이다.

이강은 교수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거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고리키의 자전적 소설이자 마지막 장편소설인 『끌림 삼긴의 생애』를 중심으로 인간 의지와 현실 극복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이후 1990년부터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러시아 문학 연구와 교육의 중심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그의 연구 관심사는 고리키를 비롯한 러시아 근현대 문학, 혁명기 문학의 윤리와 미학, 그리고 소설 형식의 변화에 있다. 이러한 관심은 《혁명의 문학 문학의 혁명 — 막심 고리키》, 《변혁기 러시아 문학의 윤리와 미학》, 《반성과 지향의 러시아 소설론》 등 그의 주요 저서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고리키의 시대를 관통한 사회적 긴장과 문학적 실험, 그리고 인간 정신의 복원을 향한 그의 신념이 이강은 교수의 해석 속에서 현대적 의미를 얻는다.


또한 이강은 교수는 번역 작업을 통해 러시아 문학의 본질을 한국어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 『은둔자』, 『대답 없는 사랑』, 『세상 속으로』 등 고리키 작품 번역뿐만 아니라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인생에 대하여』 등의 고전도 번역했다. 그의 번역은 원문의 숨결을 살리되 한국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사유의 틀을 정교하게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번역은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니라 시대와 정신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그의 신념이 담겨 있다.

강연과 연구 발표 또한 활발하다. 작년 6월 있었던 정년퇴임 고별강연 〈소설의 행복과 불안 — 고리키와 함께한 나의 공부〉는 고리키 문학이 인간 존재에 던지는 질문과 문학이 감당해야 할 윤리적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는 그가 고리키를 통해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평생 묻고자 했던 학자임을 보여준다.

이강은 교수의 연구가 갖는 의의는 고리키와 러시아 문학을 한국에서 단순한 외국 문학이 아니라, 우리 시대 현실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문학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고리키처럼, 그는 문학 연구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음을 증명해 왔다. 그의 학술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고리키가 보여준 인간 정신의 불굴을 오늘의 독자들에게 새롭게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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