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공포

John Steinbeck

by 김양훈

"We are afraid to be awake, afraid to be alone, afraid to be a moment without the noise and confusion we call entertainment." — John Steinbeck


"우리는 깨어 있기를 두려워하고, 홀로 있기를 두려워하며, 우리가 '오락'이라 부르는 소음과 혼란이 없는 단 한순간조차 두려워한다."

존 스타인벡이 여행 에세이 《찰리와 함께한 여행》에서 던진 이 문장은 단순한 여행기 감상을 넘어, 현대 문명이 처한 정신적 빈곤을 해부하는 날카로운 메스다. 1960년대 미국 사회를 관찰하며 쓴 이 글은 지금 우리에게 서늘한 예언서처럼 읽힌다.
Travels with Charley

소음으로 쌓은 성벽:
스타인벡이 응시한 현대인의 공포

존 스타인벡은 평생에 걸쳐 인간의 존엄과 소외를 탐구해 온 작가다. 그가 노년에 자신의 애견 찰리와 함께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남긴 기록은, 겉으로는 풍요로워 보이지만 내면은 공동화(空洞化)되어 가는 현대인의 심연을 목격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본문에서 인용한 위 문장은, 그가 발견한 비극적인 진실 중 하나를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일에 대한 원초적 공포'다.

1. '깨어 있음'에 대한 거부와 도피

스타인벡은 우리가 "깨어 있기를 두려워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깨어 있음'이란 생물학적 각성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정신적 각성을 의미한다. 진정으로 깨어 있다는 것은 내면의 고통, 허무, 그리고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는 일이다. 작가는 현대인은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가석 상태(apparent death)에 머물기를 선택한다고 지적한다. 정신을 마비시키는 자극에 의존함으로써, 우리는 살아있으나 깨어 있지 않은 기묘한 가사 상태로 숨어든다는 것이다.

[註]가석 상태(apparent death): 육체적으로는 살아 숨 쉬고 활동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는 '정신적 활력'이 일시적으로 멈춰버린 상태를 뜻한다. 즉 현대인이 고독이나 불안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 TV, 게임 같은 '오락'에 중독되어 영혼 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깨어 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비유한 것이다.

2. 고독을 상실한 시대의 소음

작가가 지목한 두 번째 공포는 '홀로 있음'이다. 본래 고독(Solitude)은 인간이 자신의 자아를 정립하고 성숙해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소(聖所)와 같다. 그러나 스타인벡이 관찰한 대중 사회는 고독을 '외로움(Loneliness)'이라는 질병으로 치환해 버렸다. 홀로 남겨지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을 견디지 못하는 현대인은 그 빈자리를 '오락'이라는 이름의 소음으로 채우고 있다.

스타인벡이 묘사한 "소음과 혼란"은 매우 탁월한 표현이다. 그는 우리가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를 즐거움의 원천이 아니라, '침묵을 파괴하기 위한 방어 기제'로 정의한다. 스마트폰, 라디오, TV, 그리고 오늘날의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정보를 주입하며 우리가 스스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혼란스러운 소음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성벽이 된다. 성벽 밖의 고요가 가져올 '존재론적 질문'으로부터 우리를 격리해 주기 때문이다.

3.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의 마취제

스타인벡의 비판은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안락함의 함정'을 주시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유례없는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우리는 그 대가로 고요 속에서 사유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작가는 우리가 엔터테인먼트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것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없으면 들이닥칠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두렵기 때문임을 꿰뚫어 보았다.

위 짧은 문장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지금 손에 쥔 스마트폰과 귀에 꽂은 이어폰은 진정 즐거움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단 한순간도 혼자일 수 없는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소음입니까? 스타인벡의 통찰은 60년 전보다 지금 더 유효하다. 그는 우리가 그 소음을 끄고 고요한 공포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