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밟던 빨래 세답(洗踏)에서 유래
어머니는 평생 서답은 했어도, 빨래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 추운 겨울이 지나 바닷가에 봄바람이 불면, 어머니는 빨래감과 크다란 가마솥을 등에 지었다. 어린 나는 지들커를 잔뜩 짊어지고서 어머니를 뒤따라 바닷가 샘터인 서치강물로 갔다. 어머니는 가마솥에 물을 끓여 겨우내 묵혔던 옷가지를 삶았다. 서답이 끝나면 내 차례였다. 어머니의 거친 때밀이에 즐거운 비명소리가 온 바다 가득 메아리쳤다. 곧 봄이다!
제주도에서 빨래를 뜻하는 '서답'이라는 말은 참 정겨운 표현이다. 이 낱말은 순수 제주 방언이라기보다는, 옛날에 쓰이던 한자어와 고어(古語)가 섬의 특성상 오랫동안 제주에 보존되어 굳어진 사례다. 그 유래와 배경은?
1. 어원: 한자어 '서답(暑沓)' 혹은 '세답(洗沓)'
'서답'의 뿌리는 조선까지 올라가는 한자어에 있다.
° 세답(洗沓): 과거에는 빨래를 하고 물기를 뺀 뒤 발로 밟아 빠는 과정을 포함해 '세답'이라고 불렀다. (씻을 세 洗, 밟을 답 沓)
° 서답: 이 '세답'이라는 단어가 제주도의 언어 환경 속에서 발음이 변하여 '서답'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육지 한양 정부나 양반들이 쓰던 한자어 표현이 제주도에 내려온 뒤, 제주 사람들의 독특한 억양과 발음 체계를 거치며 '서답'으로 정착된 것이다.
2. 왜 제주도에만 남았을까?
육지 표준어에서는 '세답'이라는 어려운 한자어 대신 '빨래'라는 순우리말이 주류가 되었지만,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중세 국어나 옛 한자어의 형태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은 경우가 많다. 이를 언어학적으로는 '언어의 보수성'이라고 부른다.
3. 관련 제주어 표현
'서답'이라는 단어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었다.
°서답하다: 빨래하다.
°서답개: 빨래를 널어두는 곳이나 빨랫대.
°서답돌: 빨래할 때 쓰는 돌(빨래판 역할).
°서답허다: 빨래를 깨끗이 씻어 말리는 전 과정.
□ 덤으로 드리는 팁 □
제주도에서는 과거에 식수가 부족해 해안가 근처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인 '물통'에서 서답을 하곤 했다. 그래서 제주도 해안가에 가면 '빨래터'라고 적힌 곳 대신 '서답터'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