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막심 고리키
나의 소중한 여인이여!
막심 고리키
나의 소중한 여인이여!
그대의 다정한 눈길과 다정한 손길을 기다리며,
하찮은 것에서도,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도
작은 기쁨을 만들어내는 재미난 기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솜씨 좋은 마술사가
노예처럼 그대에게 몸을 맡기노니!
이 유쾌한 노예를 받아주소서!
이 작은 기쁨들이
커다란 행복이 될 수도 있지 않나요.
누군가 이 세상을 만든 사람도
하찮은 작은 먼지들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오오, 그래요!
-세상은 유쾌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기쁨이란 빈약하고 보잘것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즐거운 것이 적지 않지요.
예를 들면 그 속엔 당신의 충실한 머슴이 있고,
또 그 속엔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
바로 당신의 존재하지요.
그대여!
하지만 침묵하렵니다!
황량한 이 지상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꽃,
그대의 심장에 비하면
무디기만 한 한 치의 언어로
그 무엇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고리키의 단편소설 「첫사랑」에서, 이강은 옮김 막심 고리키 소설 『은둔자』 세계문학전집 110 中 (162~163쪽)
막심 고리키의 단편 「첫사랑」에 수록된 이 시는, 거칠고 투박한 민중 작가로 알려진 고리키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열정적이고도 헌신적인 사랑의 고백을 담고 있다.
1. 시평(詩評):
하찮은 먼지에서 건져 올린 '사랑의 연금술'
이 시는 사랑에 빠진 화자가 자신을 ‘마술사’이자 ‘유쾌한 노예(머슴)’로 자처하며 상대에게 바치는 헌사다.
•비천함과 숭고함의 대비: 고리키는 세상을 '빈약하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그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당신'이라는 꽃을 발견함으로써 세상은 의미를 얻는다. "작은 먼지"가 세상을 구성하듯, 사소한 기쁨들이 모여 거대한 행복이 된다는 논리는 고리키 특유의 낙관적 휴머니즘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투영된 결과다.
•언어의 한계 인정: 시의 후반부에서 화자는 자신의 언어를 "무디기만 한 한 치의 언어"라며 스스로 침묵을 선언한다. 이는 사랑의 대상이 가진 가치가 언어적 수사를 초월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대를 '지상의 꽃 중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격상시킨다.
•고리키의 낭만주의: 초기 고리키 문학에서 나타나는 낭만적 색채가 짙게 묻어난다. 현실은 황량하지만, 그 속에서 '사랑'이라는 등불을 통해 삶의 의지를 다지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2. 소설 「첫사랑」에서의 등장 배경
자전적 소설인 「첫사랑」은 고리키의 젊은 시절, 정확히는 카잔에서의 고통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올가라는 여인: 소설 속 주인공인 '나'는 연상의 여인 올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올가는 이미 결혼한 유부녀이고 삶의 풍파를 겪은 성숙한 여인이었으나, 젊고 혈기 왕성한 화자에게는 우주 전체와도 같은 존재였다.
•시의 역할: 이 시는 주인공이 올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거나 그녀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환희를 표현하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당시 주인공은 가난과 실존적 고민으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올가와의 사랑을 통해 "하찮은 것에서 기쁨을 만드는 마술"을 부리는 중이었다.
•자전적 요소: 실제로 고리키는 청년 시절 올가 카민스카야라는 여성과 동거하며 깊은 영향을 받았다. 소설 속 '첫사랑'은 단순히 풋풋한 기억이 아니라, 삶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유일한 구원으로서의 사랑을 의미한다. 이 시는 그 구원의 순간을 가장 극적으로 상징하는 장치다.
한 줄 요약
"이 시는 허무하고 빈약한 세상 속에서 '사랑'이라는 유쾌한 마술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창조하려는 청년 고리키의 헌신적인 고백이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막심 고리키의 첫사랑
막심 고리키의 실제 삶에서 '첫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는 소설 속 낭만적인 묘사와는 달리, 지독한 결핍과 삶의 무게가 짓눌린 처절한 현실에 가까웠다.
그의 실질적인 첫사랑이자 강렬한 흔적을 남긴 여인은 소설 속 모델이기도 한 올가 카민스카야(Olga Kaminskaya)다. 두 사람의 실제 관계를 들여다보면 고리키가 왜 그토록 시에서 자신을 '노예'나 '머슴'으로 낮추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1. 운명적 만남: 1889년의 니즈니노브고로드
스물한 살의 청년 고리키(당시 본명 알렉세이 페시코프)는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올가를 만난다. 당시 올가는 고리키보다 연상이었으며, 이미 결혼을 한 번 했고 아이까지 딸린 상태였다.
•지적인 이끌림: 올가는 당시 떠돌이 노동자에 불과했던 고리키와 달리 교양이 풍부하고 지적인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고리키는 그녀를 통해 문학적 영감을 얻고 정서적 안정을 갈구했다.
•보호 본능과 숭배: 고리키는 올가를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고단한 삶에서 자신을 품어줄 '성모'와 같은 존재로 숭배했다. 소설 속에서 자신을 '낮은 곳의 먼지'로 묘사한 것은 실제 그녀 앞에서 느꼈던 자격지심과 지극한 애정이 섞인 감정이었다.
2. 현실의 벽: "시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지만, 현실은 시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생활고: 고리키는 그녀와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온갖 잡일을 하며 글을 써야 했다. 올가는 고리키의 문학적 재능은 인정했지만, 가난한 현실에 지쳐서 갔고 두 사람의 관계는 자주 삐걱거렸다.
•가치관의 차이: 고리키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혁명적 열망이 가득했던 반면, 올가는 좀 더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을 원했다. 소설 속에서 "세상은 빈약하고 보잘것없다"라고 읊조린 것은 이러한 현실적 고통이 반영된 것이다.
3. 이별과 그 후의 영향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약 2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 '첫사랑'의 경험은 작가 고리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성관의 형성: 이후 고리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강인하면서도 자애로운 여성상, 혹은 남성을 정신적으로 일깨우는 여성 캐릭터의 원형이 올가에게서 나왔다.
•낭만주의의 탈피: 올가와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고리키는 막연한 낭만주의를 벗어나 '비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리얼리즘'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얻었다.
4. 자살 기도와 사랑의 상처
여담으로, 올가를 만나기 전인 1887년, 고리키는 삶의 고통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심장에 총을 쏘고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다. 이때의 상처와 정신적 공허함이 올가를 만났을 때 폭발적인 사랑으로 번진 것이기도 하다.
"그대의 심장에 비하면 무디기만 한 언어"라는 시구는, 실제로 자신의 가슴에 총을 쐈던 한 남자가 살아남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치는 생존의 고백이기도 했던 셈이다.
고리키는 이후 에카테리나 페시코바와 결혼하지만, 올가와의 강렬했던 첫사랑은 평생 그의 문학적 뿌리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