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벨의 "밀라야"에 대하여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애정과 연민의 호칭

by 김양훈

막심 고리키의 단편 소설 <은둔자(The Hermit)>에 등장하는 '밀리야(Miliya/Милия)'라는 호칭은 러시아어의 형용사 어원에서 비롯된 따뜻하고 친근한 표현이다.

​이 단어의 어원과 의미, 그리고 고리키가 왜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배경을 정리합니다.

​1. 어원: 러시아어 형용사 '밀릐(Милый)'

​'밀리야'의 뿌리는 러시아어 형용사 '밀릐(Милый, Mily)'다.

□ ​의미: '사랑스러운', '친절한', '다정한', '소중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원적 배경: 고대 슬라브어에서 유래했으며, 영어의 'Dear'나 'Sweet'와 맥락을 같이 한다. 주로 아주 가까운 사이나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사용하는 단어다.

2. 단어의 형태: 왜 '밀리야'인가?

​러시아어는 부르는 대상의 성별이나 문장 안에서의 역할에 따라 어미가 변한다.

°​밀릐(Mily): 남성형 (남성을 부를 때)

°​밀라야(Milaya): 여성형 (여성을 부를 때)

°​밀리야(Miliya): 소설 속 인물인 은둔자 '사벨'이 화자(또는 주변 인물)를 부를 때 사용하는 '밀라야'의 변형 또는 구어체적 발음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의 민중이나 하층민들의 언어를 생생하게 묘사했던 고리키의 문체 특성상, 표준어인 '밀라야'보다는 입에 붙은 친근하고 부드러운 발음인 '밀리야'로 번역되거나 표기되는 경우가 많다.

​3. 소설 속 문학적 의미

​고리키의 <은둔자>에서 주인공 사벨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밀리야'라는 호칭을 자주 사용한다. 여기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 ​세상과의 화해: 사벨은 세상을 등지고 사는 은둔자이지만, 사람들을 대할 때 '밀리야(다정한 사람아, 내 사랑하는 이여)'라고 부름으로써 세상에 대한 적대감 대신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애정과 연민을 드러낸다.

□ ​위로의 언어: 고리키는 이 단어를 통해 밑바닥 삶을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보듬는 '부드러운 인간애'가 존재함을 보여주려 했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상대를 '밀리야'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깊은 애정의 표현인 셈이다.

​정리하자면

​'밀리야'는 "나의 다정한 이여", "소중한 사람아"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상대방의 영혼을 따뜻하게 부르는 애칭이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랑을 표현하라"는 문예창작법과 연결해 본다면, 고리키는 사벨의 입을 통해 나오는 '밀리야'라는 단어 한 마디로 그가 세상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있는지를 독자에게 보여준 것이다.

소설 <은둔자>마지막 문장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슬픈 눈의 절름발이 처녀가 떠올랐다. 무릇 삶이란 그 처녀의 모습과 같은 것이 아닐까. 처녀는 기형적으로 생긴 작은 신 앞에 서 있고, 그 신은 오직 사랑하는 것만 알고 있다. 매혹적인 사랑의 힘을 단 한 마디 말에 담아내는,

'밀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