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적, 그리고 나를 찾은 말의 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요양원에 계신 엄마가 걸렸다. 외동딸이라는 책임감은 당연했지만, 행여 옆지기 신랑에게 짐이 될까 차마 꺼내지 못했던 오래된 바람.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싶다.’ 그 마음이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어 신랑과 가족들에게 조심스레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준비하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고 스스로도 확신이 없던 시간들이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수많은 물음표가 나를 휘감았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못 해봤던 것들, 하고 싶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었던 것 같다.
특히, 다시 엄마의 감수성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엄마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건넬 수 있도록 나부터 스스로를 훈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내 삶의 가장 큰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휠체어에 의지해 꼬박 2년을 보내셨던 엄마가, 어느 날 당신의 두 발로 다시 걷기 시작하신 거다. 인내심 많고, 특히 내 말을 너무 잘 들어주셨던 우리 엄마.
엄마의 그 순수한 믿음과 노력은 나에게는 크나큰 선물이었다. 엄마의 회복은 나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시니어 강사로서 더 큰 힘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엄마가 걷기 시작하고, 더 또렷하게 말씀하시면서 나는 '긍정적인 말'과 '스피치 연습'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그 속에서 나 스스로의 자신감도 폭발하듯 솟아났다.
시작은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말들이었지만 그 '말! 말! 말!‘ 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했다. 엄마와 내가 변화가 되었고 이어서 강사가 된 나의 강의실에서 만난 어르신들, 그들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행동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전하는 작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재미를 찾아주는 마법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이어지는 어르신들의 진심 어린 칭찬들은 내 삶을 진짜, 진심으로, '재미있는 삶'으로 바꿔 놓았다.
2020년, 내 삶의 지도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그즈음 나는 시니어 강사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고, 그때 처음으로 '말'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말에 대한 취미가 생겨났고, 그 취미는 씨앗이 되어 이제는 나의 당당한 직업으로까지 발전했으니까.
엄마의 사랑으로 시작된 나의 여정은 결국, 말의 힘을 빌려 수많은 이들의 삶에 작은 변화를 선물하고, 그 속에서 나 자신도 더욱 빛나는 존재가 되는 놀라운 경험으로 이어졌다. 나는 지금, 나만의 언어로 새로운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
그때의 감동과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의 힘듦을 견디기를...
나의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말! 말!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엄마, 기억나? 휠체어에 의지해 2년이란 시간을 보내다가, 두 발로 다시 서셨던 그날. 나에게는 그 순간이 정말 기적이었고, 세상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어.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기적이 오기까지 엄마가 얼마나 아픈 시간을 견뎌내셨는지 그 무게가 더 크게 다가와.
왼쪽 편마비 때문에 불편하셨던 것도 모자라, 오른쪽 다리와 길이 차이가 심해서 몸이 늘 왼쪽으로 기울어 있었지. 그 때문에 걷는 모습이 불안하고 힘겨워 보였던 것도 기억나. 하지만 엄마는 그 모든 것을 말없이 참아내셨어.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엄마 왼쪽 발바닥에 자라났던 불규칙한 굳은살이었어. 그게 살 안쪽을 파고들어 걷는 내내 심한 고통을 줬다면서…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 고통은 정말 엄마만이 알 수 있는 거였는데, 묵묵히 참고 또 참아 오셨다는 걸 알았을 때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결국 발을 도저히 디딜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피부과에서 그 굳은살들을 제거하고 시술을 받으셨잖아. 그 순간까지도 자식들 걱정할까 봐 내색조차 제대로 안 하셨던 엄마의 모습이 눈앞에 선해.
엄마가 그 모든 아픔과 불편함을 이겨내고 다시 걷기 시작했을 때, 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라는 걸 깨달았어. 엄마의 인내와 강인함이 나에게는 정말 큰 용기와 가르침이 되었어. 그리고 그 덕분에 나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
엄마,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완벽한' 엄마의 모습은 아니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엄마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 주셨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 나를 향한 엄마의 그 한결같은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모든 순간, 한결같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의 딸로 태어난 것이 내게는 가장 큰 행운이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우리 엄마, 항상 고맙습니다.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