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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Kim Aug 17. 2023

30대 젊꼰의 랜선인맥 문화향유

랜선친구, 우리는 어디까지 친구일까?


도대체 왜 인터넷으로 사람을 만나는거야? 인스타 DM오는 남자들 다 목적 뻔한 걸레니까 믿거해!

4차 산업 혁명, MZ문화,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킹이 쏟아지는 2023년 현재, 나는 꿋꿋이 어떤 측면에서는 꼰대, 또다른 측면에서는 유교걸의 포지션을 취하며, 온라인 네트워킹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친구들에게 경계 태세를 권유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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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가 여태 모든 인맥을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만났느냐? 답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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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내로남불이라고 해야할까나, 아니면, 내 케이스는 특수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해서일까나, 사실 나는 몇 번의 온라인을 통한 인맥을 가져온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몇몇은 베프가 되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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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한복모델선발대회를 통해 알게된 사람들, 우선 본인의 신상을 드러내고 모델활동을 한다, 그리고 동성이다. 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나는 이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고, 오히려 취미를 공유하고 교류하면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실제로, 한복모델대회를 통해 나를 본 사람들로부터 팔로우가 오고, 모르는 사람의 팔로우를 받지 않던 나는 한복모델이라는 소개란을 확인하면, 반갑게 맞팔을 하고 있다. 예쁜 모델 언니동생을 만나는 일, 그리고 함께 무대를 서고, 심지어 단톡방을 만들어서 서로의 무대사진을 공유한 일,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누적되었으며, 언젠가 내가 꿈꾸는 시니어모델을 현직에서 하고 계신 멋진 분들 또한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동경해오던 멋진 언니를, 실제로 만나 함께 워킹을 해보고, 커피 한 잔을 할 때는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마치 연예인을 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처럼, 사이비종교와 같은 사람이 잠입해서 들어오지 않는 한, 한복모델로서의 교류는 어느 누구와든 앞으로도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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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겪은 사례 아닐까. 나는 아이돌의 팬이었고, 해당 아이돌 팬 활동을 하며 사이버 인맥이란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아이돌 그룹 하나도 아니었다... 나는 중학생때부터 좋아했던 본진 아이돌이 있었고, 그 본진 아이돌에게서 소송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 잠깐 부캐(?)를 위해 덕질했던 세컨 아이돌이 있었다. 본진 아이돌 세계, 그리고 세컨 아이돌 세계에서 나는 또래 친구들을 만났으며, 현재도 언니들, 동생들로 교류하고 지내는 인맥으로 남아있다. 물론 아직도 덕질을 하는 친구들과, 이제는 덕질 세계를 떠나 사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 세계에서 만난 것과는 별개로 그냥 평범한 하나하나의 친구들이 되어있다. 아니 심지어, 우린 단톡방에서 매일 일상을 공유하며 떠드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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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팬카페에 들어간 적도 있다. 라떼는 안 읽은 사람 찾기 어렵다는 유명한 해외 소설, 바로 해리포터. 당시에 글하나만 쓰면 해리포터 마법모자 배정을 해준다는 카페가 있었고, 친구의 소개로 해당 카페에 들어가서 바로 글을 남겼다. 내 결과는 "슬리데린". 우습게도 나는 그 결과가 당시 중2병이던 나에게 꽤나 시크하고 멋진 느낌으로 마음에 들었고, 해당 팬 카페는 기숙사별 연간 행사를 통해 각 기숙사를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카페를 활성화시킨, 꽤나 신선했던 공식 카페였다. 여기 또한 내 또래의 학생들이 당시 주류였고, 지금은 "도대체 너네는 어떻게 알게 되었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 꽤나 당혹스러운 현실 친구들로 유지되고 있다. "머글들은 몰라^^." 로 대답해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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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내 세계는 좀 특별해. 라는 생각쯤은 있겠지만, 랜선 첫만남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오랫동안 유지되는 대인관계로 남은 걸 보면, 정말 특별했던 케이스들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꽤나 독특한 추억들을 공유한 사람들이라, 어찌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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