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가면을 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면을 썼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나 또한 그랬다
웃음이 나지 않는 날에는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는 가면을, 불순한 의도가 표정으로 드러나는 날에는 위선의 가면을,
다른 이들의 아픔에 숨죽여 웃는 날에는 역겨운 동정의 가면을 쓴다
가끔 내가 원하는 가면이 만들어지지 않는 날에는 칼을 들고 조각한다 손잡이도 없는 칼을 쥐고 가면을 조각하고 나면 남는 건 손의 핏자국뿐
남은 핏자국은 닦지도 지우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남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부분이라는 걸 알기에
부정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랬다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은 어쩌면 멍청하다는 것이 아닐까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의문이다
약한 자일 수록 자기 방어 기제는 심해지고 강한 자일 수록 자아도취는 심해진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살아가면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우리는 다르지만 같은 방식과 같은 형태로 살아간다 그런 우리가 한순간의 떨림과 쾌락, 또는 증오에 마음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는 걸까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부정할 때마다 가면의 두께는 더 두꺼워진다 가면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무게는 증가한다 그럼 언젠가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어두운 땅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이 무게를 과연 누가 견딜 수 있을까
나는 내일도 가면을 쓸 것이다
소리 내 우는 법조차 까먹어버린 나의 밤을 모두 삼켜낸 뒤 해가 뜨면 다시 웃는 가면을 쓴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가 없다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쓴다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풀고 싶어 생각을 써내려 간다
나를 지나간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그래서 넌 언제 날 버릴 거야?”
사랑만큼 이토록 사람을 무방비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와닿지 않는 말로 말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방식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런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모르기에 열망하고 바란다
나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어 네가 알고 내가 알잖아
당신의 눈에 담긴 난 어떤 모습일지 한숨과 함께 뱉은 연기는 오늘도 내 목을 조여 온다 지겹지도 않은지 차라리 네가 내 목을 졸라줬다면
이토록 괴롭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 넌 용기가 없었고 난 겁이 없었다 그게 우리 문제였을까
이미 조각나버린 나를 붙여줄 누군가가 나타나도 감히 가능한 일일까 누군가를 새롭게 믿는다는 게 믿음이 지고 사랑이 진 자리에 남는 것은
짓이겨진 마음의 조각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