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는 대학 때 서평상을 받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제목 그대로 센세이셔널했다. 누군가의 미움을 호쾌하게 받아넘길 수 있는 멋진 용기. 완전 내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손이 갔다.
나는 타인의 표정과 어투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다. 나 자신을 받아들일 때도 그렇고, 타인을 판단할 때도 어투와 표정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걸 우리는 그냥 뭉뚱그려서 '감'이라고 부르는 거 아닐까.
결국 '감'이 안 좋은 사람과는 오랜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되도록 '감'과 '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째 메라비언 법칙처럼 목소리와 외양으로 설득당한다는 말도 있잖나. 뭐라고 지껄이든 내 맘에 들면 좋고, 아니면 다 별로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
선거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서로 네거티브하느라 맥락은 생략되고 파편만 확대되는 모습을 보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가 맞을까 일반화의 오류가 맞을까 고민하게 된다.
어떤 경험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결국 지나봐야 안다고 생각한다. 삶의 어떤 흔적도 다 내 것이다. 그 경험에 대해 좋았다, 나빴다고 판단하는 건 죽기 전에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빠가 아팠다. 성인이 되어서 정신이. 그 사실이 내 삶을 바꿨다.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있다. 오빠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 어떤 이들의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대해 깊이 헤아려보게 됐다는 것. 이 사회가 오빠 같은 사람들에게 너무 날이 선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되기도 했고.
내가 다른 사람의 아픔에 무디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알게 됐을 때 모른 척 하지 않는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오빠가 앓는 것은 내게 그런 의미가 되었다.
경험에 대해 어떻게 이름을 짓고 살아갈 것인지는 온전히 삶을 살아가는 나의 판단에 달려있는 것 같다. 어떤 경험이든 나의 부분을 구성하게 되니까. 좀 뻔하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