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일년간 지내며 먹은 아기입맛 어른의 맛집
“선생님, 속초 한 달 살기 하시는 것 같아요!” 속초에 발령받아 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쯤, 동료 선생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퇴근 후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마치 한 달을 살고 가버릴 것처럼 열심히 속초를 구석구석 탐방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신 것. 나는 새로운 장소에 발을 디디게 되면, 자연스레 그 근처를 여행하듯 돌아다녀본다. 소복이 쌓인 눈에 첫 발자국을 내딛듯이, 첫 여행지는 늘 설레는 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에 속초로 처음 발을 디디게 되었고, 2학년 담임이자, 국어를 담당한다. 그래, 앞서 말했듯 분명 첫 여행지는 설레는 법이긴 한데... 이전 근무교는 남녀공학이었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낯선 생태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막상 주말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한아름 안고 집에 들어서면, 문턱을 지나는 순간 고민들은 초기화되고, 스르르 이불속으로 들어가버리게 되는 스스로가 걱정되기도 하고.
막상 지내보니, 이런저런 걱정들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소화될 성질의 것들이더라. 고민해결에 도움이 되었던 것들은 많았다. 좋았던 방법 중 하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속초에 와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추천받았던 음식들을 소개드리고자 한다.
︳조롱박 _ 즉석 떡볶이와 야채빵
︳위치: 강원 속초시 수복로 107-2
아이들이 소개해준 우리 학생들의 소울푸드. 언뜻 들어보니, 우리 학교를 졸업하신 선생님들 또한 즐겨 먹었다고 한다. 즉석 떡볶이지만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이 부담없이 가기에 좋다. 단, 영업시간은 다소 유동적이기 때문에 전화는 필수. 삼고초려를 감내하고 도전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아쉬웠지만, 돌아서면 생각나는 맛. 떡볶이 국물에 담가먹는 야채빵도 별미다. 퇴근 후, 간이 잘 밴 밀떡과 함께 먹는 쫄면 사리의 조화로움이란! 아이들이 자주 가는 이유를 알것 같다. 언젠가 반 아이들과 단체로 가면 어떨까 싶은 장소.
︳카츠아토 _ 안심카츠
︳위치: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조양동 459
벌써 방문횟수 7번째를 돌파한 나의 소울푸드. 아파트 뒷편이라 접근성이 좋진 않지만, 일단 한번 가서 안심카츠를 맛본다면, 나처럼 주 3일 돈까스행이 될 수도. 멘토이신 J선생님과 처음으로 함께 밥을 먹었던 장소이다. 학교의 생태에 익숙하신 선생님의 진심어린 조언들과 격려를 받았던 곳인 만큼, 그 후로 이곳에서 부드러운 안심카츠를 유자소스에 찍어서 한입 먹으면 뭔가 일이 다 잘될 것 같고, 안심되는 느낌.
︳키친온유 _ 전복 리조또와 바질 토마토 파스타
︳위치: 강원 속초시 영랑로2길 22
속초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장소! 내가 학교에 적응할 때 많이 의지가 되었던 친구가 알려주었다. 학급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조언을 들으며 속초고의 신규교사로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곳이다. 전복리조또에 올려진 자그마한 간장게장이 오독오독 씹히는 것이 은근히 별미다. 리조또는 내장맛이 진하게 나며, 파래가루와 잘 어울려 고소하고 눅진한 맛! 후식으로 나오는 뜨거운 커피를 즉석에서 올려주시는 차가운 판나코타까지 먹어야 개운하다. (추가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한참후에야 알았다.)
︳태양부양꼬치_ 지삼선
︳위치: 강원 속초시 먹거리1길 7
나는 올해들어 인생 처음으로 지삼선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아직 이 요리의 정체를 모를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지삼선(地三鲜)은 무엇인가? 땅에서 나는 세 가지 신선한 계절 채소라는 뜻. 감자, 피망, 가지 세 가지 채소를 볶거나 튀겨서 소스와 곁들여 먹는 요리인데, 야채볶음이 뭐가 맛있나? 물컹한 가지가 고기보다 맛있을까? 싶은 당신. 나또한 같은 생각으로 버리는 카드로 시켜본 이 지삼선이.. 방문횟수 5번 이상인 5월의 명예의 소울푸드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 학교에도 지삼선 추종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른 가지요리팸이 형성되어 이후에도 다양한 곳을 소개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첫 발자국을 찍는 일은 음식을 처음 먹는 일도 해당된다. 앞서 소개해 드린 음식은 모두 속초에 와서 처음 알게 되어 처음 겪어 본 음식들이다. 올해 2년째 되는 속초에서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보내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