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쓰까잉

그저그런 딸이 되기 싫은 마음을 어찌하나요

by 도톰한물티슈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엄마를 사랑한다. 그런데 왜 엄마때문에 나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원래 스트레스를 주는가? 그럴리가. 그렇다면 왜 그렇게 사랑을 너도나도 하라고 권장하며,, 사랑해서 좋은 일만 한가득 있는 것처럼 말할까? 그러니 사랑하는 일이 반드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닐것이다. 아마도 나는, 사랑하면 기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나보다. 사랑하면 기대하게 되고 나는 상대방이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서 분노하게 된다.


"(모처럼 속초 집에 놀러온 엄마와 어떻게 하면 즐겁게 놀지 고민하며) 엄마 이번에 뭐할래? 맛있는거 뭐 먹고 싶어? 저번에 말했던 맛있다는 생선찜 먹으러 갈까?"

"엄마는 그런거 사먹는게 너무 돈아깝더라. 너는 안그래?"


순식간에 엄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은 마음 가득한 효녀에서 그저 허구한날 밖에서 돈 쓸 생각만 하는 철부지 딸이 되어버린 나는 기분이 하늘에서 땅으로 곤두박질 친다.

늘 그래 왔던 엄마지만, 오늘은 뭔가 다를 것이라 기대했었나보다.


늘 이래왔던 레파토리고, 다시금 나는 "돈이 아깝지 않은게 아니라, 엄마랑 먹으면 어떤 것도 별로 아깝지 않고, 나 혼자 있을때 시켜먹는 치킨 값이라고 생각하면 지금 이 시간에 쓰는 밥값은 전혀 아깝지 않다. 이 소중한 시간에 엄마와 소중한 한끼를 먹는 값에 어떤 돈이 아까울까? 매일매일 그런 기분은 사치겠지만, 이제 독립해서 속초에 사는 나는 어차피 엄마와 매일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엄마도 퇴직 이후의 잠깐의 달콤한 시간을 누리는 것이 뭐가 나쁘단 말인가."를 그럴듯하게 흥분하지 않고 말하려다가 울분에 차서 목구멍까지 말이 나오려다가 멈추었다.


늘 틈틈히 내가 배민을 켤 때마다 엄마는 마치 탕진잼에 중독된 중세 귀족의 사치를 목격한 검소한 농부처럼 혀를 찬다. 나에게는 그 순간이 '오늘 뭘 먹을까' 하는 소소한 일상의 선택지일 뿐인데, 엄마 눈에는 마치 내가 명품 가방을 사려고 카드를 긁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그런 데 쓰는 돈이 제일 아깝다. 먹는게 알고보면 제일 돈이 아까운거야."


사실 나는 엄마의 바람을 알고 있다. 엄마 나름대로 딸이 그 돈을 모아서 먼 미래를 생각해서 집을 얼른 장만했으면 하는 것을 안다. "요즘 애들은 다 집 사더라. 너도 이제 그런 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래, 맞다. 나는 이제 배민비를 아껴서 복리의 마법으로 아파트 한 채를 사야 하는, 그런그런 딸이다. 좋은 딸이려다가 철부지가 되고, 철부지에서 다시 현실적인 딸이 되어야 하는 이 모든 변신의 과정이 개똥같다. 엄마랑 말도 하기 싫어지지만, 엄마가 단정하게 회사에 가라고 곱게 다려놓은 예쁜 옷들을 보면 또 애매한 기분이 된다. 아이고 엄마 딸 하기 힘들다. 아이고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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