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입봉을 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 우리 천재작가님들, 이제 막 시작 하시는 아기작가님들, 그리고 작사가가 꿈인 (아직 투표권이 없으신) 샛별작가님들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앞으로 우리 작사동아리 유니버스에서 재미있는 것을 많이많이 해 보자요!
일단! 글자 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전제가 하나 있어요. 그게 뭐냐하면 바로 가사가 '글' 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쨌거나 텍스트 형태로 결과물이 발생하니까 노래 가사가 '글' 이라고 1차 적으로 생각이 되실거예요. 그치만! 현역에서 시간을 좀 다져 본 저의 시각에서 생각 할 때 가사는 '쓰다' 로 표현 되지만 '글' 이 아니라 '가사' 라는 명확한 카테고리를 갖는다고 봐요. 줄로 쓰여진 글과는 아예 다른 게임이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사는 '읽으려고' 쓰는 게 아니라 '부르려고' 쓰이는 것이고, 데모의 탑라인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예요. 가끔 저에게 DM으로 제가 쓴 건데 한 번 봐 주세요! 하면서 뭘 보내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거를ㅋㅋ 제가 일단 보지 않아요! 안 보는 이유
1. 데모가 없는 상황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은 이게 '가사'로 구현 된 것이 아니므로 이걸로 잘 썼다 못 썼다를 판단 할 수 없고! (예: 입에 잘 맞게 붙어 가고 있는지, 구성을 잘 했는지 등)
2. 저는 일개 작사노동자일 뿐 업계 표준이 아니며! 그러므로 저의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 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가 없어요.
3. 습작을 봐 드린 후에 제 뇌리에 어떤 형태로든 그 잔상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갓기작가님들의 소중한 지적재산권을 저에게 유야무야 넘기지 마세요. 제가 그거 작정하고 빨아서 쓰면 ... (중략)
뭐 얼추 이런 이유 입니다. 그 중에 제가 1번에다가 파란색으로 마킹을 해 뒀죠? 오늘은 요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 거예요.
자 먼저, 글자 수를 따는 법!
글자 수를 따는 것은 아주아주 중요한 작업 이예요. 말 그대로 데모 탑 라인에 녹음 되어 있는 가창을 듣고 거기에 입혀진 글자를 따는 건데, 보통 초급 단계에서 많이 배워요. 글자 수를 따고, 표기하는 방법은 작가들마다 다른데, 우리 익히 알고 있는 동요 <산 토끼> 의 탑 라인 지금 머릿속으로 재생 하시고!
산 토끼 토끼야
@ / @@ / @@@
어디를 가느냐
@ / @@ / @@@
이런 식으로 내가 쓸 가사가 들어 갈 빈 칸을 만드는 것을 글자 수를 딴다고 흔히 이야기 해요. 방금 제가 보여드린 것 처럼 @ 로 쓰는 경우, # 로 쓰는 경우, - 로 쓰는 경우 등등 이건 자기가 편한 쪽으로 어떻게 표기하든 상관이 없어요! 천재작가님들 중에서는 글자 수를 안 따고 바로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저도 안 따요! 그치만 그것은 저의 짬바 (크흐!) 만 20년 경력직의 위엄 (두둥!) 이제 갓 시작하는 샛별 작가님, 아기 작가님들께는 글자 수를 꼼꼼하게 먼저 따고 작업 할 것을 권장 드립니다. 띄어 쓰기랑 글자 수만 잘 맞아도, 그 시안은 가창하기에 '웬만큼' 괜찮은 시안이 되기 때문이예요. 아, 여기서 또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한 개념이 나왔네요. 바로 <가창> 입니다.
자아아, 그럼 앞에 저 산토끼에 제가 글자수가 안 맞는 시안을 붙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뽀메 라니안 콩
난 너무나 예뻐
똑같이 한 행이 6 글자로 붙어있지만 어떻습니까! 노래가 어딘가 킹 받게 불러지쥬? 이것이 바로 글자 수를 잘못 땄을 때 나오는 결과물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바른 글자 수로 다시 구성을 해 볼까요?
난 포메 라니안
짱 작고 소중해
이제 노래가 노래처럼 불러지죠?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가창> 위주의 가사를 써야 하는 이유 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글자수를 제대로 안 지킨 시안이 많이 제출 되는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 왜 그런 현상 일어나는지 저 이유 알거든요? 그 경우의 수는 대체로
1. 글자수를 따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노력 했지만 귀가 덜 열렸다 / 이건 반복학습으로 극복 가능)
2. 글자수를 안 땄다! (리얼로다가 바빴을 수도...? / 우리 시간 운영을 잘 해 보자! but 시간이 있는데 그냥 안 땄다? 그럴 수 있는 거임? 쪼렙도?)
3. 내가 방금 떠올린 이 단어 혹은 문장이 되게 멋진 거 같아서 꼭 넣고 싶었다.
아마 이 세 가지 중에서 크게 안 벗어 날 거예요. 3번 같은 경우가... 의욕이 넘치고, 이상이 높고, 아직 기초가 없으신 샛별작가님들에게 제가 주의를 당부드리고 싶은 케이스인데요, 냉정하게 말 해서 아무리 머찐 문장이어도, 단어여도, 그 탑 라인 안에 맞춰져서 들어 가 있지 않으면 제 빛이 안 나요. 그니까 욕심을 좀 내려놓으시고... 정말 멋진 문장이다! 라고 생각 되시면 잘 짱 박아 두셨다가 글자 수 딱 떨어지는 곡을 만났을 때! 그 때 더 가치있게 사용하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물론, 가사의 채택 여부를 가르는 것이 글자 수 only는 아니예요. 하지만 애초에 글자 수를 못 맞춘 시안은 학원 단계에서 걸러 질 가능성이 너무 높고, A & R 님 께 어찌어찌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벌스 에서부터 글자 수가 안 맞아 버리면 '더 볼 필요가 없는' 시안으로 분류 되어 버리기 때문에 뒤에 아무리 잘 썼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렵게 생각 해 낸 멋진 소재들에 날개를 달아 주려면 최소 글자 수를 딱 딱 맞춰 주는 성의를 보여주자구요.
글자 수와 가창 호흡을 잘 따는 건 꾸준한 반복이 가장 좋은 훈련법 입니다. 기존에 학원을 다니고 계신 작가님들은 당연히! 받으신 데모로 연습을 하시면 되구요, 나는 학원을 안 다니고 있다, 하는 작가님들은 걱정 하지 마세요! 널리고 널린 팝송 있잖아요? 그 곡들을 가지고 글자 수를 따고 개사 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 보세요. 시간 투자 하고 노력 하는 만큼 잘 하게 됩니다.
요기까지, 글자 수 맞추기 <아기작가 편> 이었구요! 제가 어제 댓글로 "오~ 이런 거 궁금?" 한 댓글을 하나 받았는데요 뭐냐면...
아 이거어... 이미 학원 다니고 계시고 시안 좀 써 보신 천재작가님들! 이거 때때로 애매했을 거야. 막 가사지에는 있는데 소리는 잘 안 들리는 묵음 같은 거! 어떻게 할지 곤란한 적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다음에는 글자 수 맞추기 <천재 작가 편>으로 찾아 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