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글자 수, 너 뭐 돼?

글자 수 따기 <천재 작가 편>

by 귀여운 능이버섯단

엣헴! 사실 제가 오늘은 할 일이 있고 시간이 그렇게 낭낭한 편도 아니지만!


작가들 대체로 비슷한 시기와 날짜에 같은 시안 제출이 맞춰져 있는 편이잖아요? 회사에서 학원으로 의뢰를 돌리는 날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비슷하고 마감 날짜도 비슷 한 편이니까! 차이가 있다면 각 학원에서 시안 취합을 마치는 시간 정도일텐데 이건 대동소이 한 부분이니까요. 게다가 지금 어... 우리 작사동아리 천재작가님들 아마도 많은 작가님들이 저랑 같은 시안을 오늘 제출 하셔야 할 텐데, 시안 작성 또는 기강 잡는 데 도움이 되실까? 해서 이른 아침부터 자판을 두들기... 는 게 아니라 약간의! 일과 아주 상관 없는 것은 아니면서! 그치만 완전히 일에 집중 한 것은 아닌! 그런 딴 짓이 필요한 우리를 위해ㅋㅋㅋ 찾아 와 봐쪙! 다들 힘들지이이ㅠ (쓰담쓰담) 그 와중에 데모는 왜 또 좋아... 가창 아티스트는 왜 또 머시써 마구마구 욕심 나ㅠㅠ 그쵸? 이번엔 꼭 됐으면 좋겠다! 우리 동아리 안에서 컷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들 파이팅!


자아 그래서어, 지난 주에 짧게 예고 했던 대로 '묘하게 신경 쓰이는' 글자 수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해 볼 게요!


대체로 우리가 받는 데모는 영어로 이루어 져 있다아!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한글 또는 한글과 영어 혼용 된 가사 시안을 작성 해서 우리가 제출을 하게 됩니다. 학원 짬 좀 차신 천재 작가님들이라면 이제는 당연히! 데모의 라임을 맞추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 루틴 화 되어 있을 거예요. 근데 이제 아무래도 데모 가창이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까 우리 말과 글인 한글이 잘 안 붙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영어는 대체로 발음이 동글동글 하고 부드럽고, 이를테면 섹시(꺄햫! 왜 좋아해ㅋㅋ)한 곡과 그 분위기를 잡아 주기에 좋은 언어인 것 같은데 한글 같은 경우에는 받침도 많고, 글자의 모양과 발음을 생각 해 보면 각이 진 부분도 많이 있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단어의 발음이 이 곡의 분위기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단 말이죠? 그치만! 일단 최대한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해 보는 게 또 우리의 독기이고 (...) 또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야 채택률도 올라 가겠죠? 즈응말 쉽지 않아.


지난 주에 댓글에 올라 왔던 단어 [stronger] 를 떠 올려 볼게요. 한글 발음으로는 무려 스.트.롱.거. 이렇게 네 글자나 되는 이 단어는 아마도... 데모로 가창이 되었을 때 stRonGer 이런 식으로... 가시적으로 확 들리는 가창은 이렇게 노란 색 하이라이트 구간, 그리고 밑줄 그은 두 개의 알파벳의 발음에 가창의 방점이 찍혀 있을 겁니다. 뭐 가창 하기에 따라 [스트]는 뭉개고 뒤에 [롱거] 만 들릴 수도 있고, [스]는 바람 새듯이 뱉고 [통거] 이런 식으로 들릴 수도 있고 약간의 차이는 있겠죠? 근데 음 가 자리로는 아마 두 개로 들릴 거예요. 이런 경우에, 음절 카운트를 하는 방법.


1. 정직하게 두 글자를 딴다 ! (됨)


완전 됩니다! 사실상 가장 깔끔하게 떨어지기로는 한글 두 글자가 맞습니다. 끝 음절 처리 같은 거만 좀 잘 해 주면 (뒤에 '거' 나 모음 'ㅓ' 소리만 잘 안고 가 주면) 큰 무리 없이 넘어 갑니다. 수정 의뢰 들어 올 일 잘 없는 안전한 방법 입니다. 아직 경력이 많지 않으신 작가님들에게 안전빵으로 추천. 난이도 [하!]


2. 앞에 '스' 소리까지 안고 (옅게 들리는 1음절) + (크게 들리는 2음절) 까지 해서 3음절로 딴다! (됨)


이것도 완전 됩니다! 근데 한글 화 된 발음이 실제 영어 단어의 소리와 유사한 구석이 있거나, 발음이 쉬워야 해서 약간 난이도 [중!] 자, 아마도 [스통거~] 에 가까운 소리겠죠? 전체 가사의 톤이 어떤지는 정해진 바가 없으나, 의식의 흐름대로 한글을 붙여 보자면 [쓰던 거] 라든가? 이런 식으로 발음이 비슷하게 붙어 줘 버리면 실제 음표 자리가 두 개 여도 세 글자가 쏘옥 들어 가게 됩니다. 근데 이런 식으로 한글로만 구성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꺼내 쓰기 좋은 카드가 바로 외.래.어. 인데요, 그니까 쉽게 말해서 우리의 일상 언어에 이미 스며들어 있는 영어 단어들이 붙어주면 영어 냄새가 좀 덜 나면서 우리 말 인듯 영어인 듯 그렇게 넘어 가 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스토커] 나 [스티커] 같은 식으로 말이죠.


3. 스.트.롱.거. 네 글자 다 안고 간다! (됨)


난이도 [상!] 입니다만 제 경험 상 성공 하기만 하면 이게 쾌감이 대박 쩔어요. 스킬이랄 것도 없는 스킬이지만 이걸 해 냈다? 근데 심지어 도입부 또는 야마(제목) 단언데 이걸 해 냈다? 그랬다면 작가님은 컷에 한 세 걸음 쯤 다가 간 거다아~ 이 정도의 디테일을 잡을 수 있는 작가님이라면 다른 쉬운 부분은 어련히 더 잘 했을 것이기 때문이져! 스트롱거, 이거 네 글자를 다 안고 가려면 이제 앞에 세 글자로 맞췄을 때 처럼 자, 모음의 발음이 최대한 비슷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덜그덕 거리는 부분 없이 그 자리에 쏘옥 들어 갈 수 있겠죠? 만약에 제가 이 단어를 가지고 시안을 쓰고 있는 중이고, 이 자리를 한글화 하고 싶다면 저는 [흔들어 널] 같은 걸 붙여 보겠어요. [흔들]은 힘을 탁 빼고 되게 빠르게 발음 하고 [어 널] 에 방점을 찍으면 될 것 같아요.


4. 한 글자 넘치게 다섯 글자 가능 합니까? (ㅇㅇ 가능)


이게 의외로 됩니다. [어지러운 걸] 이런 식으로ㅋㅋㅋㅋ [스트] 자리에 [어지] 들어가면 되고 [로옹 거] 자리에 [러운 걸] 로 맞추면 또 이게 크림 빵 한 입 깨문 것 처럼 호로록 넘어가... 속보. 음절 두 개 자리에 다섯 글자 가능해. 충격! 이런 상태가 되는 거예요. 어때애?! 즌쯔 재미있죠?? 우리 동아리 회원 여러분. 작사가 이렇게 재미 있는 거예요!! 음절을 갖고 놀 수 있는 경험을 작사가 아니면 우리가 또 언제 해 보겠어요. 그쵸?


자아 이렇게ㅋㅋ [stronger]로 구현 가능한 발음이 갖는 경우의 수를 조져 봤는데 이 중에 뭐가 제일 좋을까? 라고 물어보신다면 이건 정확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그 순간 내가 쓰고 있는 시안에 맞게! 들어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전문 용어로 케바케라고 하죠. 그리고 작가님들께서 이거에 크게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의 최종 목표가 '글자 수 맞추기' 가 아니라 '데모에 잘 어울리게/가창 하기 좋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예요. 그러므로 잘 불러지기만 하면 글자 수는 두 개든 세 개든 무려 다섯 개든 전혀 상관이 없는 거예요. 잊지 말자! 중요한 건 카운트 된 글자 수가 아니라 '발음' 이야!


비슷한 듯 다른 예로 가사지에는 있는데 가창에는 안 들리는 게 있을 수 있어요. 주로 문장 앞의 [I] 나 [oh] 나 [A] 같은 애들인데, 저는 가창에 '아예' 안 들렸다면 이런 건 대체로 그냥 탈락 시킵니다. 근데 애매~ 하게 들렸다. 그러면 '저는' 줍줍. 근데 이것도 최대한 발음이 엉키지 않게 쉬운 발음 위주로 구성을 해서 안고 가는 편이예요.


글자 수를 디테일하게 잘 따는 건 정말 중요하지만! 우리 다 알다시피ㅋㅋ 될 시안은 어떻게든 됩니다! 다시 말 해서 요고 한 글자가 안 맞는다고 해서 될 시안이 떨어지지는 않아요. 웬만큼 짬이 차신 천재작가님들은 기본적으로 글자 수가 많이 틀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모두 상여자가 되자. 나 뭐! 이 시안? 잘 했지. 찢었지 이미. 뭐, 한 글자? 수정? 어. 들어오면 하면 되지! 컴 온! 이런 느낌으로ㅋㅋㅋ 하는 것이 좋다아~ 그거 한 줄에 발목 잡혀서 생각이 닫히면 안 된다아~


심지어 저도! 제 나름 맞춘 음절과 A&R 에서 카운트 하신 음절이랑 다른 경우가 있어요. 이 시안이 컷이 났으면 이런 건 어쩔 수 없이 수정이 들어오기 때문에 들어오면 그 때 협의 하고 조율 해서 고치면 됩니다. 심지어!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저의 생각과 A&R 분들의 생각이 일치하여 시안이 완전히 정리 되어 넘어갔어도, 가창 단계에서 가창 할 아티스가 자기 개성대로 변형 해서 부르고 싶어서 수정이 들어오는 경우도 발생을 해요!


작가님! 여기 프리코러스 첫 줄에 ㅇㅇㅇ ㅇㅇㅇ ㅇ 부분을 뫄뫄씨가 ㅇㅇㅇ ㅇㅇㅇㅇ ㅇ < 이렇게 늘려서 부르고 싶대요!


이런 식으로ㅋㅋ 녹음 중에 카톡이 오기도 한단 말이예요? 우리가 이런 것 까지 미리 예측을 할 수 있다면 로또를 사지 왜 작사가를 해!! (.. 라면서 함ㅋㅋ 꾸역꾸역 함)


그니까, 우린 그냥 우리의 호흡으로 길을 정하고 매 시안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물론ㅋㅋㅋ 개개인의 컨디션에 따라서 최선에서 쪼끔 모자랄 수도 있어요. 그치만! 그 컨디션 안에서는 그게 최선이었을거니까 그거면 됐다. 모든 시안은 일단 낸 것 만으로도 쓰담쓰담이예요! 이미 오늘의 마감 시안을 제출 완료 하신 작가님들, 오구오구 잘 했습니다! 잘 했다! 소중하다아!! 얼른 가서 점심 먹자!!


다음 주에는! 작사가가 꿈이지만 아직 민증 발급이 안 되신, 샛별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한 <급식이지만 작사가 하고 싶어!> 를 가지고 이야기를 함 해 보려고 합니다. 목차가 상당히 두서 없지만ㅋㅋ 뭘 하든 제 마음대로 하겠다고 우리 동아리 가입약관에 써 있거든요. 폰트가 빵 뿌스러기 만큼 작아서 아마 못 보셧을건데 잘 보시면 보이거든요! 뭣도 없지만 일단 작사 같은 게 해 보고 싶어지던 그 기분을 함께 공유 해 보기로 해요.


그럼 우리 회원님들 주말 잘 지내시고!

오늘은 이만 안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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