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우리를 통과한 오래된 길을 걷는다
그 봄날 부풀어 오르던 가슴을
발자국으로 세어보다
보폭을 짧게 참아 본다
어디까지가 아름다웠던 걸까
발끝으로 깊어지는 그대에게 가는 길
흐려지는 시야엔 흩날리는 그대와 나의 날들이
가을 이파리 따라
허공의 손짓을 그려내고 있다
어서 오라는 듯
어서 가라는 듯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일까
서로 이마를 맞대면 그대와 나는 앞이고 뒤였는데
그대가 만져주던 그대 앞의 이마를 가만히 만져 본다
찬 이슬이 맺히는 가을 산길
앞서가는 짧은 산 그림자를 그대처럼 쫓아가며
그대가 잠겨있는 만추의 풍경 속으로
나의 숨결 하나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