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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Nov 12. 2024

산책

Poem

산책


김조민



우리를 통과한 오래된 길을 걷는다

 

그 봄날 부풀어 오르던 가슴을

발자국으로 세어보다

보폭을 짧게 참아 본다

어디까지가 아름다웠던 걸까

 

발끝으로 깊어지는 그대에게 가는 길

흐려지는 시야엔 흩날리는 그대와 나의 날들이

가을 이파리 따라

허공의 손짓을 그려내고 있다

 

어서 오라는 듯

어서 가라는 듯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일까

서로 이마를 맞대면 그대와 나는 앞이고 뒤였는데

그대가 만져주던 그대 앞의 이마를 가만히 만져 본다

 

찬 이슬이 맺히는 가을 산길

앞서가는 짧은 산 그림자를 그대처럼 쫓아가며

그대가 잠겨있는 만추의 풍경 속으로

나의 숨결 하나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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