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 짧아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보물>이라는 가사의 앞부분이다. 보물이라는 제목을 왜 정했는지 너무나 공감이 간다. 지나고 보면 어린 시절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던 보물들이 신기루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다시는 갈 수 없어서 너무나 그립고 그리운 시간들이다.
그때의 많은 아이들은 일 나간 엄마 아빠가 오시기 전까지 온몸이 까매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그럴 때면 엄마들은 한 마디씩 하신다. “어디 가서 연탄 만졌니? 까마귀가 친구 하자고 하겠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여러 가지 놀이가 우리의 일상이었다. 공기놀이, 종이 인형, 종이 딱지, 사방치기, 술래잡기, 나이 먹기,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말타기, 제기차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망까기 등 기억도 생생한 놀이 들이 동네마다 유행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달고나 뽑기는 동네 한쪽에 자리 잡은 아저씨 주위로 아이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돈이 없어 구경만 하는 아이들은 혹시라도 부스러기라도 받을까 싶어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집에 와서 엄마 몰래 달고나 만든다고 태워 먹은 국자와 이리저리 흘린 아까운 설탕 때문에 엄마에게 불벼락 맞는 일은 당연지사였다.
지역마다 놀이 이름도, 규칙도 조금씩은 달랐다. 그래서 간혹 다른 지역 친구들과 놀이할 때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자기네 것이 맞다고 각자 주장하는 것이다. 놀이에서 여러 가지를 배운다고 하는데 사회성, 규칙, 배려, 협동 등 많은 것을 그대로 체득했다. 사실 노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까지 한글도 떼지 못하고 학교 가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노는 얘기 나와서 말인데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혹은 친구들끼리 온라인상에서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며 놀지만 우리는 밥만 먹으면 일단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만 하면 같이 놀 아이들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성향상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하는 놀이가 조금씩은 다르기도 하고 같이 놀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여자아이들의 전유물 같은 놀이는 공기놀이와 고무줄, 인형 놀이다.
요즘은 공장에서 나온 다양하고 예쁜 공깃돌이 많지만, 없는 집에선 이것도 사기 쉽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동글동글 돌멩이는 공깃돌로 제법 쓸 만했다. 돌멩이 공깃돌은 묵직한 점은 좋은데 모양이 일정한 것을 찾아야 하는 수고와 손에 생기는 생채기를 감수해야 했다. 놀고 난 후 더러워지는 손은 덤이다. 하지만 손은 닦으면 그만이라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 정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가 문방구에서 사 준 다섯 알의 공깃돌은 소중하게 여겼다. 그런데 놀다 보면 꼭 공깃돌이 한두 개씩 사라지곤 했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가 이사 가느라 장롱을 옮길 때면 바닥에 잠들어 있던 공깃돌, 몽당연필, 지우개, 동전 등 사라진 줄 알았던 물건들이 나타나곤 했다. 찾다가 신경질이 나서 요정이 심술부린 거라 위안을 삼은 적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공기놀이의 이름이 지역마다 다르게 불린다. 00버에 찾아보니 경상북도에서는 ‘짜게 받기’, 경상남도는 ‘살구’, 전라남도는 ‘닷짝걸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지역마다 규칙도 다양한데 이름도 다양하다니 재미있다. 유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과 집중력을 위해서 여러 가지 완구나 선생님을 모시고 학습을 시키기도 한다. 공기놀이는 공깃돌 다섯 알만으로 순서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집중력, 협응력, 세밀함, 민첩성까지 기를 수 있는 놀이다. 혼자 할 수도 있지만 대결을 벌인다면 사회성까지 기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 알부터 네 알까지 잡고 나면 마지막 단계인 꺾기를 하는데 여기에서 점수를 따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반적 공기놀이 말고도 천재 공기, 바보 공기, 코끼리 공기 등도 있다. 어릴 적 숨기기 공기놀이가 있었다. 이것은 최대한 많은 공기를 바닥에 늘어놓고 세 번의 기회 안에 왼손 안으로 공기를 재빠르게 끌어모으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공깃돌이 몇 개 들어 있는지 맞히는 놀이다. 공깃돌이 순식간에 들어가 못 맞힐 것 같지만 매의 눈으로 지켜보면 세 번 중 한 번은 맞힌다. 그러면 그 공깃돌은 개수를 맞힌 팀의 것이 된다. 그래서 나중에 어느 팀이 더 많은 공깃돌을 획득했는지 내기하는 공기놀이다. 순발력과 집중력, 눈썰미 기르기에 더없이 유용하다.
집중력과 소근육 발달에 좋은 놀이에는 종이 인형 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스케치북 사이즈의 종이판에 각종 드레스와 나들이옷, 장신구, 속옷만 입은 공주님을 오려서 옷 입히기 놀이하는 것이다. 먼저 도안을 가위로 오려야 하는데, 여기에 집중력과 세밀함, 차분함이 요구된다. 특히 몸을 오릴 때 목 부분은 가늘게 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댕강하고 목이 잘려 나갈 수 있다. 아쉬운 마음에 몸과 목이 분리된 부분을 테이프로 붙일 수밖에 없지만 원형이 손상된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본인이 한 실수이니 감수하고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서툰 솜씨로 나만의 드레스를 잔뜩 그리고 오려서 예쁜 공주님에게 입히기도 한다. 그야말로 상상의 나래를 피며 어린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언니가 있는 친구들은 종이옷을 넣을 옷장도 만들고 침대며 식탁도 만든다. 곁눈질로 배운 종이 가구들은 균형이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그대로 만족하고 즐거워했다.
어릴 때 정월대보름이 되면 아이들은 쥐불놀이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동네를 돌아다니며 빈 깡통을 구한다. 깡통 여러 군데 구멍을 뚫고 빙빙 돌릴 수 있게 철사로 긴 고리도 만든다. 만드는 과정에서 손을 다칠 수 있어서 어른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정성껏 만든 깡통 안에 나뭇가지나 탈 수 있는 것들을 넣는다. 그리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아이들이 모인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작은 논밭이 있었다. 우리들은 그곳에서 쥐불놀이를 했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어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들은 깡통에 불을 붙여 신나게 돌린다. 날은 더욱 캄캄해지고 여기저기 돌리는 깡통 쥐불의 불빛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릴 때 우리는 뭐 하고 놀았나 물어보면 할 이야기가 산더미다. 놀이의 종류도 다양하고 놀이에서 배웠던 사회성, 책임감, 즐거움 등이 많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넌 뭐 하고 놀았니? 물어보면 방에서 게임하고 영상 보고 어떤 게임에 집중했는지 기억할 것 같다. 몸으로 놀았던 우리의 기억과는 달리 방구석이나 피시방에 대한 추억이 더 많이 떠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