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모든 순간 _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by 한영운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적과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인 펄롱이 수녀원에서 여자아이를 구출해 집으로 데려가는 용기와 선택에 찬사를 보내는 이도, 어쩌면 뒷일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이야기의 한 축인 펄롱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어머니를 잃고 난 후 펄롱은 아버지를 더욱 궁금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가 있었다면 적어도 고아가 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내 아버지는 어디에 있을까? 가끔 펄롱은 자기도 모르게 나이 많은 남자를 쳐다보면서 닮은 구석이 있는지 찾거나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했다. 동네 사람 중에 분명 펄롱의 아비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p31)


펄롱은 결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미시즈 윌슨에게 아버지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저녁에 미시즈 윌슨 집에 찾아갈 때마다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미시즈 윌슨이 자기에게 해준 것을 생각하면 무례한 일일 것 같았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되어 미시즈 윌슨이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p31~32)


펄롱이 아버지가 된 후 펄롱은 더욱 아버지의 존재가 궁금했을 것이다. 자신이 느꼈던 벅참을 자신의 아버지도 느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날 밤 펄롱은 늦게까지 남아 흑맥주 작은 병 두 개를 마시고 결국 네드에게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냐고 물었다. 네드는 펄롱의 엄마가 말한 적은 없지만 펄롱이 태어나기 전 여름에 저택에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윌슨 집안의 돈 많은 친척과 친구들이 영국에서 왔었다고, 잘난 사람들이었다고. (p95)


미시즈 윌슨의 농장 일꾼이었던 네드의 말을 들은 후 펄롱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누구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영국에서 온 부유하고 잘난 사람일 거라 내심 안도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조상은 훨씬 괜찮은 집안의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보니까 친척인 거 알겠네요."

"네?"

"닮았어요." 여자가 말했다. "네드가 삼촌이에요?"

펄롱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젓고는 여자 뒤쪽 부엌을 쳐다보았다. (p97)


펄롱은 거울 앞에 앉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똑바로 보며 네드와 닮은 데가 있는지 찾았다. 닮은 데가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윌슨네 집에 있던 여자가 둘이 친척이라고 여겨 닮았다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진 않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네드가 심히 힘들어했던 것, 어머니와 네드가 늘 같이 미사에 가고 식사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불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것을 생각하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펄롱으로 하여금 자기가 더 나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서, 그 세월 내내 펄롱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았던 네드의 행동이, 바로 나날의 은총이 아니었나. 펄롱의 구두를 닦아주고 구두끈을 매 주고 첫 면도기를 사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사람이다.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어려운 걸까? (p110~111)


네드가 펄롱의 아버지로 짐작되면서 펄롱은 자신에게 해주었던 사소하지만 사랑이 가득한 그의 행동을 은총이라 말하며 받아들인다. 펄롱은 정말이지 괜찮은 어른으로 자랐다. 그 이면에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네드의 사랑과 관심이 짙게 묻어있어서 일 것이다. 그동안 당당히 나서 못하며 펄롱을 바라보던 네드의 심정은 생각만으로도 짠하다. 펄롱은 앞으로 네드에게 어떻게 할까? 자신의 친부인지 확인하고 부자지간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될까? 아니면 네드의 생각을 존중해 이대로 지내게 될까? 자꾸만 뒷일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야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위대한 위로 _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