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릴 때 뭐 하고 놀았어?

- 딱지 편 -

by 한영운

엄마는 어릴 때 뭐 하고 놀았어?


-딱지 편 -



영희야, 창수야 놀자 ~ 밥 다 먹었니?

밖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 때문에 밥알이 어디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그야말로 후루룩 밥을 마시기 일쑤다. 마지막 한 숟가락은 입안에 욱여넣고 보물처럼 모셔둔 동그란 종이 딱지 상자를 들고 대문을 나선다.


동그란 딱지에는 당시 유행하던 만화 캐릭터, 인기 야구 선수들도 있었다. 나름 동그란 딱지에 실리면 요즘 어떤 게 유행인지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정도였다.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굿즈라 불러도 될 정도다. 딱지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 있다. 인물, 테두리에 별, 글자 등이 있었다. 동그란 딱지의 놀이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용돈이 생기면 일단 문방구로 달려가 신상 딱지 쇼핑을 한다. 가진 돈은 한계가 있으니, 동그란 딱지를 신중하게 2~3장 고르고 입에 넣을 굵은 설탕이 밝힌 왕사탕도 하나 산다. 그러면 세상 행복이 나한테 다 온 듯하다. 쇼핑을 마치면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간다. 이런 걸 보면 행복이란 게 별거 아닌데 말이다.



빠닥빠닥 동그란 딱지를 직사각 판에서 톡톡 따면 그 손맛이 또 일품이다. 이미 정이 들어 종이 보풀이 올라오기 시작한 이전 동그란 딱지도 좋지만, 역시 기분은 신상 딱지를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놀다 보면 옛것이랑 새것, 옆집 아이 거, 뒷집 아이 것도 뒤섞여 어느새 고놈이 그놈이 된다. 그냥 다 내 보물인 동그란 딱지가 된다.



동그란 딱지의 놀이 방법은 다양하다. 규칙에 따라 둘도 셋도 그 이상의 인원도 정하기 나름이다. 동그란 딱지의 수량도 한 장씩 낱장만 걸 수도 있고 몇십 장도 가능하다.



먼저, 한 장씩 걸고 두 사람이 하는 놀이 방법은 검지와 약지 사이에 동그란 딱지 한 장을 끼우고 상대방이 딱지 한 장을 올리면 검지로 튕겨서 넘어가면 딱지를 획득하는 놀이다. 딱지가 넘어가지 않을 때까지 할 수 있다. 딱지를 못 넘기면 상대방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이게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 놀이라 딱지를 잘 넘기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따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잘 못 튕기는 손가락을 탓하며 은근히 화를 돋운다. 2초 안에 승부가 나는 경기라 가지고 있는 딱지를 금세 잃을 수 있다. 동네마다 놀이 이름이 다른데 우리 동네에서는 우찌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일본어 같은데 그때는 그냥 우찌 하자 그러면 손가락부터 풀기 시작한다.



두 명이나 세 명이 할 수 있는 놀이에는 접기가 있다. 딱지 안에 있는 글자 수, 별 개수, 사람 수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창수가 별 높, 별 낮, 글자 높, 글자 낮, 사람 높, 사람 낮 중에서 조건을 걸면 영수와 민호는 뒤집어져 있는 딱지 세 무더기 중 한 곳을 신중히 선택한다. 아이들 중에는 신통력도 없는 점까지 쳐가며 기합을 넣기도 한다. 영수와 민호는 한 장부터 여러 장까지 자유롭게 딱지를 걸 수 있다. 딱지를 뒤집으면 접었던 창수, 영수, 민호의 딱지를 비교한다. 예를 들어 창수가 별 높이라고 조건을 걸었다면 창수 딱지 부분보다 영수 딱지가 별이 많으면 창수는 영수가 건만큼 딱지를 주어야 한다. 민호 부분 딱지가 창수보다 별 개수가 적으면 민호가 건 딱지는 창수의 것이 된다. 동네 꼬꼬마들도 놀이에 참여하려면 수의 많고 적음의 비교는 할 수 있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종이 딱지놀이 중 가장 많이 기억하는 놀이가 일명 ‘퍼’ 또는 ‘파’ 먹기다. 열 장이나 스무 장, 그 이상을 걸고 딱지를 모은 다음 넘어지지 않게 가지런히 세운다.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하고 일 등부터 쌓인 딱지를 공략한다. 이것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입바람으로 퍼나 파를 해서 넘어뜨리거나 손을 모아서 딱지 무더기 옆을 치는 방법이 있다. 손을 모아서 바닥을 잘못 치면 손이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절로 난다. 초반에 하는 아이들이 딱지를 왕창 따가면 뒤 순서 아이는 울상이 되기도 한다. 손도 입도 마음도 아파진다. 어떤 때는 내 순서에 딱지가 한 장 남는 상황도 있는데 그것마저 못 넘겨서 어이없기도 하다. 사실 한 장이 바닥에 딱 붙어서 가장 잘 안 넘어간다. 딱지를 왕창 잃고는 울분을 참으며 집에 가서 연습을 하기도 한다. 내일은 꼭 이겨야지 하면서.



금을 길게 그어놓고 일렬로 서너 명이 서서 종이 딱지 날려 먹기를 한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딱지를 살짝 잡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이용해 딱지를 앞으로 힘껏 날린다. 가장 멀리 날린 아이가 1등이 되고 떨어진 딱지를 모두 갖는 것이다. 게 중에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몰라 사라지는 것도 있다. 분명히 눈 잘 뜨고 보고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어느 날은 너무 잘 날려서 누구네 집 지붕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알지만 딱지를 찾을 수는 없다. 무협지에는 지붕 위를 밥 먹듯 쉽게 올라가 날아다니던데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지붕 위로 휘리릭 올라가 딱지를 가져오고 싶은 무림 고수였다.



종이 딱지를 날릴 만한 공터가 없으면 아무 집 담벼락에 금을 그어놓고 거기에서 딱지를 떨어뜨린다. 이것 역시 가장 멀리 가는 딱지 주인이 1등이다. 1등이 나머지 딱지를 모두 주워 가진다. 날려 먹기처럼 딱지가 멀리 떨어지지 않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경우가 없어서 주로 동생들이 하는 놀이 방법이다. 동네 꼬망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주로 한다.



동그란 딱지 말고, 네모 딱지도 있는데 네모 딱지는 힘과 기술이 필요한 놀이다. 종이 두 장을 접어 만든 네모 딱지를 치고 나면 오른쪽 팔이 얼얼하게 아프다. 놀 때는 아픈 줄도 모르다가 집에만 가면 통증이 몰려온다. 간혹 잘못 내려쳐서 팔이 빠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땅바닥에 내리꽂은 내 딱지가 상대방 딱지를 짠하고 넘길 때면 그 기분 좋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나 잘 안 따지는 딱지를 내 손에 넣으면 그날은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



동네에는 동그란 딱지, 네모난 딱지를 몇 자루씩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딱지가 없는 아이들은 딱지 부자들에게 중고로 싸게 사기도 한다. 딱지 주인이 기분 좋으면 덤도 많이 얹어 주기도 한다. 그런데 딱지 부자들에게 대성통곡하는 날이 오기도 한다. 딱지 부자 엄마가 어느 날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한다며 보물과도 같은 딱지를 쓰레기로 버려버리는 것이다. 학교에 다녀와서 딱지 자루가 없어진 것을 안 아이들은 울고불고 한바탕 난리가 난다. 그동안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간간이 용돈도 벌 수 있는데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질 일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딱지 부자들은 며칠 후면 또다시 딱지 자루를 들고 다니며 동네를 주름잡는다. 그 많은 딱지는 숨겨두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사이 또 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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