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후회는 138억년 전에 이미 결정되었다.
우주는 138억 년 전의 거대한 폭발, '빅뱅'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당신이 오늘 겪은 상처와 후회의 궤적까지도 이미 계산되어 있었다면 믿겠는가? 당신의 고통이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물리 법칙을 통해 증명해 보려 한다.
1. 라플라스의 악마
라플라스의 악마는 피에르시몽 라플라스가 제시한 가상의 악마로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이다.
이런 존재가 실제로 있다면 그 존재는 이 우주의 과거의 현상을 모두 알 수 있으며 미래까지도 모조리 예측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왜 라플라스의 악마는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가지고 모든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는가?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무 것도 없던 이 세계는 약 138억년 전빅뱅을 통해 모든 원자들이 생겨났고 그 원자들이 일정 방향으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부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물질인 원자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빅뱅 순간에 생성된 원자는 탄생과 동시에 정해진 궤적대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리 복잡한 유기물, 설령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원자의 뭉텅이라는 것은 자명한 과학적 사실이다.
그렇기에 모든 원자들이 어디에 있으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지 아는 존재가 세상에 있다면 그 존재는 이 세계의 모든 과거의 사실과 미래에 벌어질 일까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결정론적 세계관 즉 운명이라는 것을 믿을 근거를 갖게 된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모두가 자유 의지가 아니라 이미 생성된 원자들의 움직임에 의거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결정된 세계를 살고 있다.
2. 당신의 후회
"그때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그 사람을 잡았어야 했는데." 우리는 매일 밤 상상 속에서 최선의 우주를 설계하며, 그 완벽한 세계와 남루한 현재를 비교한다. 그리고는 제 몸에 스스로 채찍질을 해대기도 한다.
“다 내 탓이야, 내가 멍청해서 그래."
하지만 이제 그 채찍을 내려놓아도 된다. 사실 당신의 그 멍청한 선택조차, 138억 년 전 빅뱅의 순간에 이미 확정된 결과였으니까.
라플라스의 악마가 비웃으며 말할지도 모른다.
“야,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네 실수는 원자들의 연쇄 반응이었어. 의지가 아니라 물리 법칙이었다고!"
자, 이제 남 탓의 기술을 받아들이자.
남 탓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우리는 이 행위를 죄악시 하지만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내 탓을 해버리며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것도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당신이 후회하는 그 흑역사는 당신의 결함이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의 부품이 삐걱거리며 낸 소음일 뿐이다. 아니, 정확히는 삐걱거리는 것조차 이미 설계된 연출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후회 대신 이렇게 중얼거려 보길 권한다.
"빅뱅이 잘못했네!"
죄의식이라는 무거운 사슬을 벗어 던지자. 당신은 잘못이 없다. 모든 건 원자들과 빅뱅, 그리고 이 지독하게 치밀한 우주 탓이다.
3. 삶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여기까지 왔다면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미 내 삶이 결정되어 있다면, 뭐하러 열심히 살지?”
“자유의지가 없는 삶을 사는 게 의미가 있나?”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본 글에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인생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 대충 살라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적인 생각은 아니다.
가령 당신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고 가정해보자.
영화의 주인공이 펼쳐 나가는 흥미진진한 사건들 속에서 당신은 공감하고 웃고 울면서 영화를 볼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엔딩 크레딧이 오르며 당신은 한 편의 즐거운 시나리오에 대해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내리며 영화관을 나설 것이다.
혹시 영화의 내용이 이미 촬영되어 고정된 필름을 영사기가 틀어줄 뿐이라는 불만이 영화를 보는 동안 들었는가? 이미 결정된 내용을 그저 보기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불평하며 영화를 보았는가?
적어도 일반적인 관객이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감독이나 라플라스의 악마가 아닌 이상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 있어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삶은 흥미진진한 미지의 것들로 가득하다.
해묵은 후회는 물리 법칙에게 돌리고, 운명에 대한 허무는 영화를 한 편 보는 마음으로 가볍게 날려버리자. 그저 당신에게 앞으로 주어진 시간들을 최대한 행복하게 맞이하길 바란다.
우리는 누구나 내 인생의 주연 배우로 살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죽음의 순간에는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유일한 관객이 되어 이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평가하고 자리를 뜨게 된다.
그거면 된다. 당신의 인생이라는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며 다소 두서 없는 위로를 건네본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다음 활동을 하며 더 생각을 해봐도 좋겠다.
1. 내 후회나 과오를 하나 골라서 선택의 이유를 세 가지 이상 거슬러 올라가 적어보기
예) 친구에게 심한 말을 했다.
왜 심한 말을 했는가: 친구에게 기분이 상해서
왜 기분이 상했는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친구가 해서
왜 그 행동을 싫어하는가: (일련의 이유)
- 당신이 스스로를 채찍질 하던 것이 과연 당신만의 잘못인가?
2.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보고 그 기억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 당신이 형성되는데 얼마나 많은 사건과 사람 나아가 원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