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쫓고 있는 것은 진정 가치 있는 것인가?
1. 어떤 이야기
그는 하루를 숫자로 시작한다.
눈을 뜨자마자 주식 차트, 계좌 잔고, 어제보다 늘어난 SNS 팔로워 수를 차례로 확인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신호등 앞에서도, 횡단보도 위에서도, 사람의 얼굴 대신 그래프를 본다.
그가 보고 싶은 것은 세상이 아니라 증가다.
무언가가 어제보다 올라가 있다는 사실.
누군가 안부를 묻으면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연봉, 집 평수, 주식의 수익률을 대답한다.
그는 삶을 숫자로 번역하는 데 능숙하다.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았지만 만약에 누군가가 그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성취를 근거로 행복과 불행 여부를 대답할 것이다.
그저 쌓아 올리고, 비교하고, 남들이 탐내하는 사회적 재화를 주머니에 쑤셔 넣기 급급하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의 기준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서 했던 이야기는 다소 냉소적으로 다루긴 했지만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를 유형의 자산으로 설정하고는 한다.
얼마가 있어야 하거나, 어디에서 살거나, 어떤 가정을 이루고, 어떤 사랑을 하는지.
그것이 그들의 목에 걸린 메달이고 그들이 안아 든 트로피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1.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한가?
2. 당신은 삶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조롱의 의미가 아니라 진심으로 삶에서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찾아서 확립한 것에 대한 부러움과 찬사에서 나오는 박수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질문에 조금이라도 고민이 되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필자는 그들의 삶을 더 불편하게 만들려고 한다. 괴롭히려는 것은 아니다. 이 사소한 불편함이 그들의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2. 맥거핀
"벽에 걸린 저건 뭔가요?"
"아, 저거요? 맥거핀이라고 합니다."
"맥거핀이라... 어디에 쓰나요?"
"스코틀랜드 북부 산악지대에서 사자를 잡는 데 쓴답니다."
"스코틀랜드에는 사자가 없는데요?"
"아, 그럼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닌 거군요."
위의 대화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맥거핀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예시다. 맥거핀이란 등장인물에게 줄거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지만 영화의 주제 구현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를 말한다.
예를 들면 마파도라는 영화는 160억이 당첨된 로또를 들고 잠적한 여자를 찾으러 마파도라는 곳에 형사와 건달이 찾아 오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분명 이 영화는 160억을 수령할 수 있는 로또 용지가 주인공들을 마파도에 오게 만들고 사건을 벌어지게 하는 주된 동기로 작용하지만, 영화의 중심 내용은 형사와 건달의 인격적 성장과 마파도 주민들과의 추억과 우정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의 말미에서는 160억 당첨 로또 종이에 대마를 말아서 피우면서 로또 종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필자는 미래를 본다거나 하는 영적인 능력은 전혀 없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의 삶에서 하나만큼은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다. 모든 인간들의 삶은 언젠가 반드시 끝이 나게 될 것이다. 그거 하나만큼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젠가 반드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인생에서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간절해서 집착을 하는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혹시 인생의 맥거핀은 아닐까?
연봉, 집값, 스펙, 직함, 타인의 인정, 숫자로 측정 가능한 모든 것들.
그것들이 없으면 삶이 성립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인생이라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장면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언젠가 당신의 인생이라는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몇 가지 질문이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1. 당신의 인생은 어떤 장르였는가?
2. 당신을 끝까지 움직이게 했던 동기는 무엇이었는가?
3. 당신이 평생 집착했던 그것은, 과연 이야기의 핵심이었는가?
아마 누구도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쯤 이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다를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은 당신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직접적으로 전해주는 데 목적이 있지는 않다.
당신에게 아주 미세한 불편함을 남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불편함이 당신의 삶을 조금 더 깊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다음 활동을 하며 더 생각을 해봐도 좋겠다.
1. 인생이 끝나는 순간을 가정하고 유언장 쓰기
- 당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정말로 의미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기
2. 관객의 입장에서 내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 영화에 별점과 관람평 쓰기
- 인생에 대하여 객관적인 입장에서 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