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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콩 Jun 29. 2022

치즈를 끊어야 산다고요?


<류마티스 환자의 채식 식탁>

6번째 이야기- 치즈 끊기, 그리고 식이제한 강박 ('비건 두유 캐슈 크림치즈' 레시피 하단 수록)



영국 브랜드인 <쉬즈> 비건 크림치즈





유제품, 드시면 안 돼요.





"네? 전... 그럼 뭐 먹고 살아요..?"


의사 선생님의 단호한 말 뒤엔 당혹스러운 제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고기나 튀김, 밀가루 끊으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갑자기 유제품이라뇨? 우유, 치즈, 요거트 등등 이 많은 식품들을, 전부 끊으라고요? 아니 이게 안 들어간 음식이 존재는 하나요?







다양한 종류의 치즈 ⓒunsplash






■ 치료를 위해 치즈를 끊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이 생소한 병을 진단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충격적인 사형선고를 듣게 됩니다. 앞으로 염증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면 고기류, 단 것, 그리고 유제품을 끊으라는 이야기지요.


식이요법*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식이요법이 필요 없다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일단 제가 오랫동안 겪어본 결과 확실한 것은 '약만 먹어서는 낫지 않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올바른 생활 관리 없이는 그저 약만 먹다가 병이 만성화되기 쉽다는 것이죠. 식이요법의 필요성에 관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식이요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식사를 조절하는 보조 의료법)




<효과가 없어 보여도 식이요법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






자가면역질환에 도움 되는 식이요법으로는

동물성 단백질 줄이기

단 것, 밀가루 식품, 튀긴 것, 지나치게 짜고 매운 것 줄이기

술(알코올) 금지 - 특히 맥주, 와인 등 발효주 금지

면역력 증강 식품 금지(홍삼, 프로폴리스 등)

그 외 먹고 나서 아픈 음식 금지

등이 있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제품(버터, 우유, 치즈 등) 끊기'가 있습니다.


※식이요법은 병 종류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목숨 걸고 편식하라


일단 제가 좋아하던 대부분의 음식들에 유제품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치즈 끊기가 가장 어려웠는데, 저는 프랑스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어도 공부했고 교환학생도 다녀오면서 치즈의 세계에 눈을 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치즈의 나라였던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염소치즈도 먹어보고 블루치즈 등 온갖 발효 치즈와 요거트를 맛보았었죠. 그런 제게 치즈를 끊으라니! 얼마나 괴로웠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프랑스 친구가 해줬던 치즈 듬뿍 마카로니



치즈는 한국인에게 주식이 아니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죠. 꼭 고급스러운 와인과 페어링 하는 치즈 안주만 치즈가 아니었습니다. 김밥과 라볶이에 들어가는 친숙한 노란색 체다 치즈부터 피자 위에 올라가는 모짜렐라 치즈, 크림치즈가 들어간 치즈케이크, 파스타 위엔 꼭 올라가야 맛이 사는 파마산 치즈 등 대부분의 외식 메뉴에는 치즈가 들어가 있더군요. 한국인이 치즈를 먹게 된 건 그리 긴 역사가 아닐 텐데 떡볶이, 닭갈비, 하다못해 김밥과 떡볶이만 먹으려 해도 치즈가 들어갔습니다. 아니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가 치즈의 민족이었나



'목숨 걸고 편식하다'. 과거 방영된 어떤 방송 제목이었죠. 저도 병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끊어내야 했습니다. 실제로 유제품을 비롯한 염증 유발 식품을 끊은 후로 증상이 많이 완화되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병을 관리하며 약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 그러나 찾아온 심리적 공복감


그러나 심리적인 부분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치즈가 잔뜩 얹어진 피자가 먹고 싶어 밤잠을 설치고, 크림치즈가 듬뿍 얹어진 베이글이 떠올라 괜한 베개를 뜯어먹었던(?) 고통의 밤을 보냈습니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먹자 싶다가도, 그랬다가 그게 불씨가 되어 관절이 붓고 변형까지 가면 어떡하나 싶어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나는 먹을 수 없어.'


그러면서 차츰 음식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를 강하게 하신 분들이 겪는 심리적인 강박증 같은 게 생긴 것이죠.




이 많은 빵들 중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다.











■ 비건 치즈의 세계를 접하다


용산구 <비건 스페이스>의 치즈 진열대 (현재는 '찰리스 그로서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비건'이라는 주제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시중에 식물성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종류도 다양하고 판매처도 많아졌죠. 물론 아직도 일반 치즈에 비하면 훨씬 비싸지만, 앞으론 좀 더 대중화될 겁니다.



자가면역질환은 남성 환자보다 여성 환자가 전체적으로 약 4배 정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병 종류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결국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많이 걸리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여성이고 제가 아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분들도 대부분 여성분들이었습니다. 많은 여성분들은 저처럼 유제품을 좋아하셔서 어려움을 많이 겪으시는 것 같아요. 저와 같은 분들을 위해, 제가 치즈를 끊기 위해 먹었던 비건 치즈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아래에는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두유 캐슈 크림치즈 레시피도 적어드리겠습니다.






1. 바이오라이프 Violife

출처 바이오라이프 공식 홈페이지



비건 치즈라 하면 가장 흔히 찾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해외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국내에는 주로 모짜렐라, 체다, 파마산 치즈 정도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주원료는 코코넛, 감자전분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간 꼬릿한 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격대는 보통 한 팩 만원 중반대 정도입니다.


코코넛의 향이 살짝 나기 때문에 빵류와는 괜찮지만 밥 요리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주로 비건 음식점에서 접해봤는데, 저는 조금 향이 거슬렸습니다. 특히 모짜렐라 블록은 치즈 강판이 따로 있지 않은 이상, 어딘가 뿌려 먹거나 끼워 먹기가 좀 어렵게 생겼어요. 슬라이스 형태가 더 쓰기는 편했습니다. 슬라이스 팩은 한 10장 정도 들은 것 같더군요.(한 장에 얼마여..)


아, 최근엔 크림치즈도 봤어요. 이건 제가 시도는 못 해봤는데 후기가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짠 뽀또 맛이라고 합니다.







2. 굿플래닛 Good Planet

출처 굿플래닛 공식 홈페이지


출처 Eating does matter 비건 쇼핑몰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치즈 브랜드입니다. 그리스에서 만들어지는 미국 브랜드 제품이라고 하네요. 종류가 슬라이스와 슈레드 형태로 다양하며, 향과 맛이 여러 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바이오라이프보다 훨씬 치즈와 녹는 질감이 비슷했고 더 맛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바이오라이프보다는 이거 추천!


저는 이 중 모짜렐라 쉬레드와 갈릭&허브 슬라이스, 아메리칸 슬라이스를 맛보았어요. 일단 모짜렐라는 쉬레드(갈린 치즈) 형태가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먹기 쉬웠어요. 단, 에어프라이어에 넣어서 구우면 녹기보다는 딱딱해지는 것 같고요.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 치즈처럼 잘 녹았던 것 같습니다. 슬라이스는 샌드위치에 넣어 먹어봤는데 좀 (많이) 짜긴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속재료 간을 줄이고, 야채를 더 넣으니 느끼하면서 짭조름한 맛이 딱이었네요. ㅎㅎ


쿠팡 업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쿠팡 프레시에서 판매한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일단 그래도 사기는 쉽네요.










3. 쉬즈 Sheese

출처 쉬즈 공식 홈페이지


출처 <채식한끼몰>



쉬즈 브랜드는 영국에서 온, 유럽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특히 크림치즈가 국내에 수입되어 있어요! 아직 전 먹어보진 못했지만(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곳이 없더라고요..) 보이면 꼭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후기가 좋은 편이에요. 다만, 오프라인도 그렇고 온라인도 그렇고 판매처가 좀 한정적입니다.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서 팍팍 팔아주면 좋겠습니다. 나도 슈퍼 가서 쉽게 사 먹고 싶다!!


물론 가격이 좀 있어서.. 만약 마트에서 판다면 옆 섹션의 필라델피아 크림치즈(한 통 기껏해야 5천 원 이내)와 가격 비교가 되면서 좀 슬퍼지겠네요.










4. 세이베 Sayve

출처 비건 쇼핑몰 <Best300>




이 치즈는 좀 판매처가 많지 않아요. 독특한 맛이 있다는 게 특징인 것 같습니다. 병아리콩이 재료라는 것 같고, 이탈리아 셰프와 만들었다고 하네요. 좀 더 미식가를 위한 치즈인 것 같습니다. 전 미식가는 아닌지라 시도를 아직 해보지 못했네요 ㅎㅎ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단종되기 전에 한번 시도해 보시길.(인기 없으면 금방 단종돼요)










5. 언리미트 Unlimeat (단종됨)

이 치즈로 직접 만들었던 또띠아 비건 피자
출처 <서울경제> 인터넷 뉴스 기사


이 치즈는..

왜 단종된 걸까요?? (진짜 의문)


이거 정말 맛있었어요. 일반 체다치즈랑 똑같은 물성(요리 없이 그냥 먹어도 됨)을 갖고 있었고, 심지어 전자레인지에 치즈과자 만들기도 가능했던 치즈였습니다. 현재는 더 이상 생산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저희 집 냉동실에 조금 남아 있네요. 라면에도 넣어 먹고 샌드위치에 특히 넣으면 한국식 샌드위치 맛을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소개드린 치즈들은 유럽식 미국식 하여간 외국 요리에 넣어야 어울리는데, 이건 유일하게 김치볶음밥에 얹어도 어색하지 않았는데요. 치즈김밥을 먹을 수 있어 좋았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이 외에도 최근엔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선보여지고 있는데, 앞으론 어떤 제품들이 생겨서 제 마음을 위로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가격도 낮아지면 더욱 좋겠고요.














■ 문제는 가격과 구매의 어려움

자, 그렇습니다. 일반 치즈만 드셔 본 분이시라면 가격을 보고 놀라셨을 거예요. 제 입장에서는 이런 제품이라도 있다는 것이 감사하지만, 역시 아직은 아쉬운 맛과 그에 비해 높은 가격, 그리고 모두가 강남이나 이태원 한복판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구매처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해 먹기 가장 쉬운 레시피를 소개해 드립니다. 두유 캐슈 크림치즈입니다.(두유 리코타/코티지치즈라고도 불리는데 스프레드 형태로 먹기 쉬워서 저는 크림치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비건 두유 캐슈 크림치즈 만들기~

베이글과 찰떡이에요



준비물

두유 500ml

식초 2큰술(30ml)

소금 1/8 tsp

(선택) 캐슈너트 곱게 간 것 1큰술 정도. 또는 원하는 만큼 추가 가능 - 전 미리 갈아놓고 얼려두었다가 블록으로 쓰고 있어요.

면보

(선택) 온도계






캐슈넛은 미리 갈아서 실리콘 얼음틀에 넣어두었다가 꺼내 쓰시면 편해요.

없으시면 두유만 하셔도 되는데 캐슈가 들어가면 훨씬 더 고소+크리미 합니다.


가는 방법은 캐슈넛을 전날 밤에 미리 불려두셨다가(2~6시간 정도) 다음 날 물기를 채반에 받쳐 빼고 갈아서 쓰시면 됩니다. 물이 없으면 뻑뻑해서 갈리지 않으니 두유를 조금씩(한 번에 많이 말고 조금 넣고 갈다가 섞어주고 좀 더 넣고 갈다가 섞어주시면 곱게 잘 갈려요) 부어가면서 1~2분 정도 오래, 곱게 갈아주세요. 입자가 보이지 않게끔.






1. 두유를 살짝 끓여서 60도 정도로 만듭니다.


온도계를 쓰시면 편리합니다. 전 약간 높아져서 식혔다 썼어요.




2. 식초 2큰술(30ml)을 넣고 휙휙(너무 많이 젓지 마세요) 두어 번 섞어줍니다. 그리고 15분 이상 방치.


그러면 오른쪽처럼 멍울진 상태가 되어요.


굳고 나면 이런 느낌?





3. 이때 갈아둔 캐슈넛을 넣고, 면보에 올려서 채반에 받치고 물기를 빼줍니다. 무거운 것을 올려주면 더 잘 빠집니다. 4~5시간 정도 눌러주면 됩니다.


*저는 물기 빼기 전에 유산균 가루를 1 캡슐(50억짜리) 섞어 넣어주었어요. 실온에서 유청을 빼는 동안 약간 발효(?) 효과도 있어서 요거트같은 맛이 더 나더라고요. 물론 유산균 가루는 발효 없이 그냥 먹어도 전혀 무방합니다(원래 그냥 먹는 알약이었으니까요 ㅎㅎ)




4. 마지막으로 소금 1/8 tsp 넣어서, 물기를 짜고 전체적으로 잘 섞어주면 끝.


크래커에 찍어 즐기세요.






~응용 요리~

아래는 쌀 비건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드라이 토마토와 루꼴라를 얹어 먹은 샌드위치예요.


소금간이 약한 편이니 크림치즈 대신으로 샌드위치에 사용하실 때는 소금을 더 추가하시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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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레시피를 참고, 추가하였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bodong1024&logNo=222207365103&proxyReferer=https:%2F%2Fm.keep.naver.com%2F













■ 마무리 글


레시피가 너무 건강한 맛이라 정크한 음식이 땡기신다면, 비건 식당을 방문해보시길 바라요.

부산 화명동에 위치한 <비건뮤지엄 21> 비건 피자





<남미플랜트랩>의 비건 피자



이 외에도, 비건 식당들이 (특히 서울에) 많이 있답니다.



이번 매거진이 저처럼 치즈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끊어야 하는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결핍감은 식이장애까지 갈 수 있으니(폭식증, 음식 애착 등) 대체품을 활용해서 마음을 잘 다스리시길 바라요.


하루빨리 외국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나길 빌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비건 아티장 치즈 마켓













~류마티스 환자의 일상 더보기~

인스타그램 <작은콩의 류마티스 그림일기>도 보러 오세요! (@small_kong_)

https://www.instagram.com/small_kong_/





류마티스 환자의 매일 식탁 풍경이 더 궁금하시다면 ->

https://blog.naver.com/vege_bab/222759537413





지난 글 보기

<유럽여행의 기억 속 샌드위치들>

https://brunch.co.kr/@9cc75e4bd7624ea/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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