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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콩 May 27. 2022

유럽여행의 기억 속 샌드위치들

류마티스 환자의 채식 식탁, 샌드위치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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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편(1) : <이리저리 샌드위치처럼 끼인 날엔>

https://brunch.co.kr/@9cc75e4bd7624ea/47












<류마티스 환자의 채식 식탁>

유럽여행의 기억 속 샌드위치들 이야기

프랑스 샌드위치의 가장 기본 메뉴, 잠봉 뵈르





안녕하세요! 샌드위치 2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샌드위치 내용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따로 꼭지를 떼어봤어요. 지난 편엔 일상 속 샌드위치를 소개해 드렸다면 오늘은 여행에서 든든히 우리의 속을 채워 주었던 샌드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샌드위치랑 여행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아요. 특히 그중에서도 저는 바게트 샌드위치만 보면, 지난 유럽여행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기차역이나 공항에 가면 우리가 김밥 팔듯! 반드시 바게트 샌드위치가 있더라고요. 기차 시간 맞추랴, 짐 챙기랴 끼니 챙길 시간 없이 정신없을 때 역에서 먹는 샌드위치는 정말 '여행의 맛'이 났습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엔 내용물이 부실해 보이는 것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소스와 속재료의 간 조합이 절묘해요. 속재료가 너무 풍성했으면 과했을 것 같은, 과유불급의 절제미를 보여줍니다. 제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가장 미니멀한 조합의 잠봉 뵈르(햄과 버터가 주 속재료인 바게트 샌드위치)입니다.





스트라스부르 기차역에서 먹었던 잠봉 뵈르



이 샌드위치는 정말 말 그대로 버터, 햄, 그리고 소스(아마도 마요네즈) 정도가 끝입니다. 토마토나 피클은커녕 상추 같은 야채 쪼가리도 안 들어가요. 에게? 싶은데 실제로 먹어보면 느끼하기보단 짭조름 고소해서 끝없이 들어가는 맛이죠! 물론 이건 버터와 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 이후로는 쳐다보지도 않았지만요. ㅎㅎ(사실 그래서 나중에는 비건 버터를 넣고 한번 만들어 먹어보긴 했어요..)



아무튼! 마침 유럽여행도 너무 가고 싶고 해서 여행사진 폴더를 좀 털어봤어요. 주말을 앞둔 설레는 금요일 저녁, 함께 작은 여행을 떠나볼까요?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 전, 여행의 기억들

제가 앓고 있는 류마티스(류머티즘성) 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동물성 단백질과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식이요법이 필요한 병입니다. 사진에 나온 건 모두 발병 전이라서, 특별히 식이요법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먹었던 것들이에요.



1. 프랑스에서 먹었던 샌드위치

이것도 잠봉 뵈르



'바게트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바게트 샌드위치는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죠! 바게트는 보기엔 딱딱 밋밋해 보이지만, 손으로 살짝 뜯어 맛보면 거친 겉과 달리 속은 따뜻한 사람..은 아니고 빵이랍니다. 찾기 쉽고 가격도 저렴해서 제일 많이 사먹었어요.





훈제연어 바게트


유럽에서 파는 훈제연어는 굉장히 짰던 기억이 나네요...





오른쪽은 프랑스식 식사용 파이인 키쉬


바게트 외에도, 비엔누와 Pain Viennois 라는 부드러운 샌드위치용 빵도 있어요. 위 사진에서는 왼쪽에서 두번째 같아 보입니다. 비엔나에서 먹는 빵인데 프랑스로 넘어왔다나요. 바게트보다는 좀더 부드러워서 이것도 맛있었어요.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


반미는 베트남식 샌드위치인데 마요네즈 소스 위에 오이, 당근, 고기, 고수가 들어있고 보통 쌀 바게트를 사용합니다.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런 음식이 생겼다고 하네요. 보통 베트남은 밀보단 쌀이 흔할테니까 대체해서 만들었을거라고들 하는데, 제 생각엔 쌀 바게트가 더 맛있어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정말 맛있거든요!








[바게트]
바게트(baguette)는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만으로 만든 가늘고 길쭉한 몽둥이 모양의 프랑스 빵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프랑스에서 매일매일 사 먹었던 바게트! 그리워요.





■파*바게트에는 바게트가 없다?


마침 바게트 샌드위치가 나왔으니 '바게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어릴 적, 동네 빵집에는 없던 '바게트'라는 것을 처음 접했던 건 아마도 파리바게트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일반 길쭉한 모양이 아닌, 사선으로 잘려 마늘 소스가 발린 마늘 바게트였습니다. 그래서 바게트란 원래 달달하고 바삭한 맛이구나 했었죠. 그다지 좋아하던 빵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에 나이가 좀 더 들어 플레인 바게트를 보기도 했지만, 사실 대부분 빵집 인테리어용으로 놓여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




그런데, 빵은 그저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맛있는 줄 알았던 당시 제게 유럽에서 맛본 하드 계열 빵맛은 신세계였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에서 맛본 바게트는 양도 많고 가격도 싼데 심지어 너무 맛있어서 매일매일 먹었고요. 프랑스엔 바게트 종류가 다양했는데, 전 그중 특히 껍질이 얇고 속 기공이 없는 가장 민자 무늬 바게트(보통 제일 싼 것)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바게트가 먹고 싶어 집에서 가장 가까운 파*바게트에 갔더니...



바게트가 없더군요. 이름값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덕분에 굉장히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럽에서 먹었던 바게트들~

이 짧은 바게트 맛있어요... 버터 발라 먹고 싶네요
치즈랑도 궁합 최고


조식의 맛이 느껴지는 것 같죠..?


스프 옆에는 귀여운 짤뚱한 바게트.. 그냥 먹으면 맛 없는데, 스프랑 먹으면 맛있어지는 마법이.





뭐, 파리바게트 이야기는 꽤 오래전 이야기니까 지금은 다르겠죠 아마?





■프랑스는 밀가루, 한국에선 쌀가루


이제는 병 때문에 밀가루 빵을 피하면서, 바게트도 안 먹은지 오래됐어요.

그런데, 밀가루 대신 쌀빵이 등장했잖아요. 두둥. 비건 빵집에서 팔던 쌀로 만든 바게트는 정말 부드럽고 바삭하고 맛있더라고요! 샌드위치는 이런 바게트로 만들면 더 부드러워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특히 상도역 근처에 있는 비건 빵집 '우부래도'의 쌀 바게트 정말 정말 추천합니다.




<우부래도>의 비건 바게트를 이용한 조리빵!(이름을 까먹었네요..)



사진은 바게트를 이용해서 만드신 조리빵이고, 일반 바게트도 팝니다. 이거 맛있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저희 부모님도 구수하고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맛이라고 좋아하셨으니 믿고 추천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참. 쌀빵이라고 글루텐 프리는 아니랍니다. 글루텐이 첨가된 쌀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루텐이 아니라 밀의 찬 성질이 맞지 않아서 쌀빵을 먹고 있습니다.









■그 외, 바게트 샌드위치 말고도 프랑스에서 먹었던 샌드위치들


-터키식 케밥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터키식 케밥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땐 당황스러웠습니다. 머릿속에 으레 떠올리던 '파리지앵' 보다도 이민자들이 더 많았거든요. 알고보니 파리는 이민자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곳이었어요. 그만큼 다국적 음식점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터키식 케밥집은 정말 흔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기..와 감자튀김 그리고 소스가 전부인 샌드위치를 먹으며, 동행인과 '얘네는 변비 걸리겠다'라는 대화를 했습니다. 하하.






-이것도 샌드위치긴 하지..? 패스트푸드점



여긴 패스트푸드점에도 샌드위치가 있던데요..?! 대신 속재료가 단촐하지 않고 보통 튀김이 들어있었습니다. 이건 아마도 생선튀김이 들어갔던 샌드위치..? 버거..? 였는데, 어라. 생각보다 맛있었어요. 카레같은 향신료 향도 났던 것 같습니다.


꽤 오래전 사진이라 맛은 기억에 의존해서 확실친 않아요.






미식의 나라 파리라는데 막상 파리에서 가장 편안하고 맛있게 먹었던 외식은 맥도날드였다는 충격적 사실.. 인터넷도 되고 어떤 메뉴든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가장 만만한 선택지 아니었나 싶습니다. 빅맥이 참 맛있었어요. 근데 이것도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나? ^^















2. 이탈리아

이런 햄이 들어간 것들은 주로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것들이에요.



이탈리아에선 '이탈리안 햄'이라더니 진짜 이태리에선 햄이 끼워진 샌드위치가 많았던 것 같아요.










햄, 토마토가 끼워진 샌드위치는 짭짤해서 맥주나 커피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었어요.













3. 스페인


스페인에서 먹었던 건 이게 가장 떠올라요. 타파스Tapas!



'타파스'는 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타파가 일종의 위를 가려주는 '가림막' 같은 것을 의미하는데, 원래는 와인잔에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소시지나 빵을 잔 위에 얹은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걸 얹어놓으면 어차피 벌레가 붙지 않을까요..?



일종의 오픈 샌드위치기 때문에 카테고리에 함께 넣어봤습니다. 사진은 바르셀로나 끼멧끼멧에서 맛봤던 타파스들. 연어와 새우, 버섯이 보통 잘나가는 것 같아요. 정말 신선한 맛이랍니다.









물론, 일반 베이글 샌드위치도 있어요!


이건 바르셀로나 해변 근처에서 사먹었던 베이글 샌드위치 사진입니다. 맛이야 뭐 특별한 맛이었겠습니까만은, 바다 풍경은 특별했었네요.












4. 스위스


스위스에선 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안 나요.

그냥 모든 게 비쌌던 기억만...



스위스에서 먹었던 치킨 샌드위치

보통 슈퍼에서 쉽게 팔던 샌드위치를 사먹었던 것 같습니다.












■발병 후엔 뭘 먹었을까?

자-지금까지는 예전 사진들이었는데요.
글머리에서 말씀드렸듯 병 진단 전, 가리는 음식 없이 먹었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발병 후엔 여행 가서 뭘 먹었을까요? 비건(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의 세계를 알게 되었죠! 지금은 한국도 비건 열풍이 불고 있지만, 유럽은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다양하게 비건이라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치즈가 유명한 프랑스에서 방문했던 작은 비건 치즈가게였어요.





놀랍게도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까망베르예요.


신기하죠?




~실제 가게 풍경~

이렇게나 다양하다니, 부럽습니다..




비건 블루치즈


그 외에도 비건 식재료도 많이 팔아요.


제 전리품들 ㅎㅎ


이곳은 파리에 있는데 구글 후기는 '작고 비싸다' 였지만 전 그저 행복했습니다.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가공된 시판 치즈가 아닌, 진짜 곰팡이 맛이 나는 발효치즈를 맛볼 수 있었거든요. 혹시 파리를 방문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경험해보시길 추천드려요.
한국에는 언제쯤 비건 아티장 치즈가게가 생길까요? 비건 유행이 더 커져서, 그날이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라는 말씀은 말아주세요. 전 발효 똥손이거든요.)








비건 피자


비건 아이스크림


두부 랩과 샐러드



비건 햄버거


엄청난 비주얼의 비건 디저트(!)까지!













■여행이 끝나고, 다음을 기약하며






저와 함께한 짧은 여행, 즐거우셨나요?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온 여행이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었지만, 이제는 코로나가 점차 물러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쩌면 전처럼 여행을 다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또다시 파리의 작은 비건 치즈 가게를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작은 희망을 마음에 품고 또 현재를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도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올게요.



투비 컨티뉴! :-)















~류마티스 환자의 일상 더보기~

인스타그램 <작은콩의 류마티스 그림일기>도 보러 오세요! (@small_kong_)

https://www.instagram.com/small_kong_/










~기타 참고 링크~


(자체제작) 식단과 약, 운동까지 기록할 수 있는

건강 식단 관리용 <거북이수첩>

https://www.idus.com/w/product/c2d6ee96-dcd5-4cea-ae30-08d0a505d019



류마티스 환자의 매일 식탁 풍경이 궁금하시다면 ->

https://blog.naver.com/vege_bab/2227478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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