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무슨 일이야? 대체?"
"아- -그게- - 저- -그게- - 제가 길 찾는 걸 좀 도와줬어요"
"그래? 김 정이씨. 가까이 하지 말아요. 좀 복잡한 인물이야- -"
설마 그래도 과장님이 그렇게 말 할 줄은 몰랐다. 같이 웃고 얘기도 했으면서- - 영문없이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 내에서는 절대 얘기 하면 안돼요. 쳐다보지도 말고. 만나서는 더 안 돼요. 지금까지 일 모두 비밀예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이 말 저 말 지어내고 소문을 만들꺼예요. 그러면 내가 곤란해져요- -'
써 놓고 보니 말이 안됐다.
도대체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뭐가 비밀이야? 뭐가 있기는 한 건가?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지만 그 쪽지를 써서 그것을 전해야 할 지 어째야 할 지 정이는 전전긍긍 하루하루가 안절부절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 오늘. 그가 쪽지라기에는 너무 큰 이면지에 '빙수집. 7시' 써 가지고 왔다.
순식간에 지나쳐 가며 정이 책상에 올려놨다. 그것도 접지 않고- -으이구- -
어쨋든 빙수 한 그릇 먹고 식당엘 왔다.
정이는 오늘 정말 이상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될것 같은 마음에 식당까지 오긴 왔는데- - - 좀처럼 말을 꺼내기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밥을 같이 먹는 건 친한 사람끼리 하는 건데- - -'
맥주 두병을 혼자 마신 그가 취해 버렸다.
취기가 오를수록 그는 자기 머리를 자기 손으로 헝클면서 말했다.
"난 머리를 헝클어 주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주 어릴 적 누군가 큰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었던 것 같은데- - 어떤 때는 미용사랑 사랑에 빠질가봐 엄청 근심한 적도 있었다구- - 큭큭- -"
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슬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