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그렇게 맛있어요?
행복해 보이네. 난 차기만 한데- - - 난 이 원형. 37살. 여기서는 날 대리님이라 부르지마요- -제발"
그가 손을 내밀었다. 어색한 손끝 악수.
"난 김 정이. 27살. 6년차예요- -"
"6년차?"
"직장생활이 6년이란 뜻이예요- -"
"아- -선배님이군. 선배라고 부를께요- -"
순간 정이는 질색했다.
"그렇게 부르면 큰 일 나요. 회사에서- - 그냥 이름 불러요- -"
"정이야?"
"아니. 그냥 김 정이씨"
"어. 아- - 네- -"
그는 왜 자기가 말을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느냐고 물었다. 내가 놀랄까봐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 날, 그는 기어코 모임까지 따라왔다.
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과 옆에 앉지 않는다면 와도 된다고 했다. 모임 후, 문학회 친구들과 티타임을 갖을꺼라고. 그러니 중간에 먼저 가도 된다고.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그는 서운한 눈 빛이 되었지만 정이는 모른 체 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그 날도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았기에 정이는 퇴근시간이 되자 또 심난해졌다. 어쩐담.
"선 - 물"
쑥 내밀어진 노란체크 우산.
"노란색을 좋아하는 거 같애서- - "
아직 퇴근하지 않고 있던 직원들이 모두 놀라 이 상황을 보고 말았다.
"신세 진 거 있어서- -"
그도 황급히 돌아서 가버렸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