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명

by 김정욱

4-9. 빨리 회사를 나서야 했다.


누군가의 눈에라도 띄면 또 어떤 소문이 만들어질지 몰랐다. 벽에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동쪽으로 가 보고 싶어요- -"

"에? 어디요? 동쪽이라구요? 동대문??"


픽 웃음이 났다.

일단은 큰 길을 건너 종로 5가쪽을 향해 걸었다. 동쪽인지는 모르겠으나 회사로부터 멀어지고자 했다. 회사 산악회 창립 멤버이기도 했던 정이는 탄탄한 다리로, 속보로 걷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땀을 뻘뻘 아니 주룩주룩 흘렸다.

6월 중순. 더구나 주말엔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는데 오늘조차 넥타이까지 졸라 맨 정장차림이었다. 보기에 안 됐기도 했고 짜증도 살짝 났다.


'이 무슨 우스운 상황이람- -'


마침 보이던 'ㅇㅇ제과점'에 들어 가 앉았다.

마주 앉고 보니 이 또한 불편한 상황이었다. 비교적 남들에게 호기심이 없는 정이는 딱히 할 말이 없었고 그도 잠잠히 앉아 있었다.


'얼른 빙수 한 그릇 먹고 헤어져야지- - '


이 집 빙수는 평소에도 정이가 정말 좋아했다.

과히 달지도 않고 신선한 과일이 푸짐하고 말랑말랑 보들보들 맛있는 인절미까지- - 정말 맛있었다.


'음- - - 맛있어- - -음음- -'


순간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