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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by 김정욱

3-9. '어? 이 느낌은 뭐지?'


낯선 느낌으로 정이는 어리둥절해졌다.

쿵- 심장이 떨어진 느낌?


'뭔 가, 뭔 일이 일어 날 조짐? 조심 해야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회사내 돌던 소문이 떠올랐다.

감사실장인 홍이사의 조카라는 얘기. 미국에 살다가 얼마 전 들어왔다고. 약물중독이라든가- - 뭐라든가-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는- - - 그런데 박사 공부까지 한 아주 명석한 사람이라는- - -.


정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안 되. 내 인생에 흑역사는 쓸 수 없어- - 결단코- -'


주말이 되어 정이는 기분이 들떴다.

정이네 회사는 토요일 근무는 선택이었다. 오전근무만 하면 되어, 근무자도 반 수 이상은 되었다.

그 날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날이다.

오롯이 그녀 혼자, 그녀의 취미생활 '보리수 문학회' 시 낭송 모임에 가는 날이다.

학교친구나 직장친구 누구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다니게 되었는데, 처음엔 혼자라는 사실에 마음이 좀 그렇기는 했지만, 이제는 제법 그 시간을 즐기고 혼자만의 감동에 흠뻑 빠지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12시. 퇴근시간이 되자 저마다 바삐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모임은 3시라 정이는 사무실에서 미적대고 있었다.


"안 가요?"

그가 책상 앞에 서 있었다.

"갈꺼에요. 약속이 좀 늦어서요- -"

"잘 됬네요. 나한테 시간 좀 주면 안 될까요? 남는 시간- -"


정이는 그를 보며 '이 사람은 항상 일방통행만 하는군'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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